日관방 "러일 정상회담에 없던 내용…쿠릴섬 귀속문제 끈질기게 협상할 것"
(모스크바·도쿄=연합뉴스) 유철종 최이락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와 일본 관계의 해묵은 과제인 평화조약을 올해 안에 체결하자고 12일(현지시간) 전격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현재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본 귀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평화조약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간 논란이 예상된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전체회의에서 "평화조약을 체결하자. 지금이 아니라 올해 말까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그 다음에 이 조약을 기반으로 친구로서 모든 논쟁적 문제들을 계속해 해결해 나가자"면서 "이것이 양국이 70년 동안 처리하지 못한 모든 문제의 해결을 수월하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 전쟁) 당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종전 이후 지금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양국 간 영토분쟁 대상인 쿠릴 4개 섬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쿠릴 반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은 그동안의 협상에서 쿠릴열도내 공동 경제활동을 통해 영토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푸틴 대통령과의 지난 10일 정상회담에서도 평화협정 연내 체결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로서는 북방영토 일본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는 기본 방침 하에서 계속 끈질기게 러시아와 협상하겠다는 자세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관방장관이 나서서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반박한 것은 오는 20일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북방영토 문제가 불거질 경우 아베 총리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가 장관은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이번 '기습 제안'과 관련해 러시아측에 항의하거나 진의를 확인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이 문제가 확산하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일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아베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는 "이 문제(평화조약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두 나라가 모두 만족할 수 있고 양국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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