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메르스 국면에 볼썽사나운 감정싸움

입력 2018-09-12 17:59   수정 2018-09-12 18:34

의사·한의사, 메르스 국면에 볼썽사나운 감정싸움
의협·한의협 상호 비방으로 '의료현안 협의체' 사실상 무력화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3년 만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으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볼썽사나운 감정싸움을 벌여 전문가집단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협이 3년여간 지속한 '한의정 협의체'를 일방적으로 폐기했다"며 "협의체 합의 불발을 선언하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이제 국회에서 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한정 협의체에서 나온 합의문은 절대 수용 불가"라며 "한의사 제도와 한의대,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의협과 한의협, 복지부 등은 2015년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를 꾸려 의료일원화를 논의해왔다. 협의체가 다루는 핵심 쟁점은 한의사와 의사의 교육과정과 면허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여부다. 두 쟁점 모두 양방과 한방 간 견해차가 커 오랜 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왔다.

그러다 최근 "의료와 한방의료의 교육과정 통합과 이에 따른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를 2030년까지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 안건을 도출했으나, 합의안 중 '기존 면허자'에 대한 해석을 놓고 양측이 대립하면서 논의의 틀까지 깨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의협에 따르면 합의안에는 "가칭 의료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기존 면허자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한다"고 돼 있다.
이를 두고 한의협은 기존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통합에 일부 합의가 됐다고 봤으나 의협은 교육과정이 통합된 이후 배출한 의사에 국한한다고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의협이 "기존 한의사들이 의사면허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라거나 "한방은 치욕스러운 일제 강점 통치의 유산"이라는 등의 표현으로 감정싸움을 촉발했다.
이에 한의협은 "의협이 역사 날조와 진실 왜곡으로 국민과 언론을 기만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보건의료분야의 가장 고질화한 병폐는 양방의료계의 독점"이라고 맞받아쳤다.
의협과 한의협이 의료일원화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을 재점화하자 일각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가 심각한 시기에 매우 적절치 못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협의체 내부에서 풀었어야 할 일을 외부로 공개하고 명백히 예상되는 충돌을 선택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한 비상사태와 다름없는 이 시기에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들이 앞다퉈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를 비방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jand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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