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처분 인원 총 48명으로 늘어…재발방지 85개 과제 추진
"솜방망이 처벌 비판 면하기 힘들어" vs "기존 감사처분과 형평성 등 고려해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사찰·검열하기 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이행에 관여한 공무원 7명을 검찰에 통보하고, 12명에게 주의 처분을 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6월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공무원과 산하기관 임직원 131명(수사의뢰 26명·징계 105명)에 대한 책임규명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번 이행계획은 이 가운데 문체부 검토대상인 68명(수사의뢰 24명·징계 44명)에 대한 검토 결과다.
문체부는 수사의뢰 권고자 24명에 포함된 문체부 소속 12명 중 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수사의뢰 권고자 중 문화예술단체로부터 이미 고발된 1명을 포함하면 문체부 소속 수사의뢰 대상자는 5명이다.
문체부는 이 중 현재 재외 문화원장으로 해외에서 근무 중인 3명을 외교부와의 협의를 거쳐 조기에 국내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나머지 문체부 소속이 아닌 수사의뢰 권고자 중 전직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영화진흥위원회·한국문화예술위원회) 2명도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의뢰 대상자는 총 7명이다.
문체부는 이행계획 발표 후 이들을 곧바로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징계 권고를 받은 문체부 직원 44명 가운데 10명의 과장급 이상 간부에 대해선 주의 처분을 하기로 했다. 수사의뢰 권고자 중 2명도 주의 조치하기로 해 이번 주의 처분 대상자는 총 12명이다.
또한 사무관급 이하 중하위직 실무자 22명은 징계 없이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44명 중 과장급 이상이 22명인데 이 중 4명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이미 주의 처분을 받았고 5명은 퇴직한 상태다.
문체부는 앞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종덕, 조윤선 전 장관과 정관주 1차관이 기소됐으며,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국·과장 9명이 징계 및 주의 처분을 받고 21명이 전보 조치된 바 있다.
이번 추가 조치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처분을 받은 문체부 인원은 총 48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진상조사위 수사의뢰·징계 권고자(131명) 가운데 문체부 검토대상에서 빠진 국정원 2명, 지방자치단체 3명,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56명은 해당 기관에서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 대부분 기관에서 9월 말까지는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황성운 문체부 대변인은 "블랙리스트 실행 가담 정도, 범죄와 징계 사유 해당 유무, 퇴직, 징계시효, 지난해 감사원 감사처분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심 끝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며 "진상조사위의 자문 의견을 토대로 검찰과 징계위원회 경력자 5명으로 구성된 법률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안팎에선 문체부의 이행계획이 진상조사위의 당초 권고안에 비해 수사의뢰 등 처분 범위가 줄고 수위가 낮다는 반응이 나온다.
진상조사위 제도개선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며 "44명의 징계 대상 권고에도 불구하고 문체부 주의조치를 받을 직원은 총 12명이라는 결과에 동의할 국민과 문화예술인이 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 7월 말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11개월 동안의 진상조사 활동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만든 블랙리스트로 인한 9천 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과 340여 개 단체의 피해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지난 6월 블랙리스트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으며, 후속 조치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와 징계를 권고했다.
문체부는 진상조사위 권고안을 조속히 이행하기 위해 7월 초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제도개선 이행협치추진단과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준비단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를 거쳐 이번 책임규명 이행계획을 확정했다.
또한 진상조사위의 제도개선 권고안을 31개 대표과제와 85개 세부과제로 나눠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예술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예술인을 차별하는 명단을 작성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예술활동 방해죄'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도 포함됐다.
황성운 대변인은 이날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국민과 문화예술계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며, 헌법과 법령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유롭고 공정한 창작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문체부는 지난 5월 도종환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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