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한 직업학교가 불량학생 등을 처벌한다며 '학내 감옥'을 설치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뉴스포털 리푸탄6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회(KPAI)는 전날 기자회견을 하고 리아우 주(州) 바탐 섬에 있는 항공우주 직업학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KPAI에 따르면 이 학교는 교칙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학생을 철창 등을 갖춘 감방에 가두고 군대식 체벌을 가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KPAI의 레트노 리스트야르티 위원은 "이런 사례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일부 학생들은 하루 이상 감금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는 현장실습 중 도둑질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달아났다가 이달 6일 바탐 섬에 돌아온 17세 학생이 공항에서 수갑이 채워져 학교로 끌려가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피해 학생은 학교 교사를 겸직 중인 현지 경찰 당국자에게 폭행을 당한 뒤 감금됐다가 8일 지역 아동보호 당국에 구조됐다.
하지만 수갑을 찬 채 오리걸음을 걷는 등 체벌을 받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유포되는 바람에 육체적·정신적 충격이 커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KPAI는 전했다.
문제의 학교는 교육의 질 측면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레트노 위원은 "이 학교는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수업 시간에 공기총을 쏘는 방법과 학교 차량을 이용한 자동차 운전 따위를 가르쳤다"면서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하는 대신 군사 훈련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학교에 조사관을 파견해 진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라면서, 현지 경찰 역시 철저한 수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해당 학교는 논란이 불거지자 문제의 감방을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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