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양만춘이 보여준 리더십의 원천은 공감이죠. 양만춘은 형 같은 리더십을 보여줬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꽃미남 배우 조인성이 당 태종의 대군에 맞서 고구려의 안시성을 지켜낸 성주(城主) 양만춘으로 분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그는 무게감 있고 카리스마로 진중을 장악하는 전형적인 장군이 아닌 가족과 부하, 성민을 아우르는 형님 같은 리더의 모습을 녹여냈다.
13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인성은 "사람을 무릎 꿇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공감하게 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사실 양만춘과 관련한 사료는 전해지는 것이 거의 없어요. 오히려 기록이 없어서 새로운 것을 해볼 여지가 많았죠. 감독님과 이야기한 끝에 양만춘의 캐릭터를 형 같은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정했어요."
일각에서 외모는 차치하고 하이톤인 그의 목소리가 진중한 장군 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조인성은 "리더십의 덕목에 목소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가 정말 존경하는 인물들을 돌이켜볼 때 목소리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는 것.
"저는 법륜스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분 목소리가 저음은 아니에요. 당당하게 그분과 이야기했는데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꼭 근엄한 목소리에 매료되고 카리스마에 따라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양만춘 역을 두 번 거절했다고 한다. 본인도 양만춘과 어울릴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22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시성은 국내 4대 배급사인 'NEW'가 처음으로 직접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 손익분기점은 580만 명 선이다.
"농담으로 '이게 망하면 같이 망하는 거니까 다들 각오하세요"라고 했죠. 그런데 최근 영화 산업의 흐름을 볼 때 주연 배우 혼자 대작을 이끄는 경우는 앞으로 많지 않을 것 같았어요. 너무 위험하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한번 책임을 져볼까' 싶더라고요."
조인성은 이번 작에서 양만춘 역을 위해 외모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얼굴의 절반을 수염으로 가린 것으로 모자라 기미·주근깨가 가득 그려 넣었다. 응당 그가 담당했을 '미모'의 캐릭터 역은 후배 모델 출신 배우 남주혁이 담당했다.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법도 하건만 조인성은 '쿨하게' 받아넘겼다.
"이제 그 자리는 넘겨줄 때가 됐죠. 제가 넘기지 않겠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거고요. 사실 저도 수염을 붙이고 분장을 해도 장군 느낌이 나지 않을까 봐 걱정했어요. 젊을 때 했으면 절대 그런 느낌이 안 나왔을 것 같은데 30대 후반이 돼서 하니까 다행히 어색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는 최근 '안시성' 홍보를 위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절친한 사이인 배우 차태현의 조언에 예능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차태현과 함께라면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할 생각이 있다고.
"태현이 형이 나중에 예능 같이하자고 하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거부감이 있진 않아요. 마흔 넘어서는 해볼 생각이 있어요. 대신 태현이 형과 같이하고 싶어요. 저도 어디 믿을 구석은 있어야죠"
다만,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등에서 보여준 로맨스 연기에 대해서는 "이제 더 보여드릴 것도 없고, 한도 초과"라며 손사래를 쳤다.
'안시성'이 성공을 거둬 고구려 역사를 소재로 한 후속작이 제작된다면 참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너무 힘들고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런 부담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어요. 단, 제가 한다 안 한다를 떠나서 고구려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안시성'은 고구려 영화의 시작일 것이고, 앞으로 더 좋은 영화가 나올 것으로 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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