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모형' 동원한 종교행렬 고발에 "신을 비난한다" 페북글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하느님과 성모마리아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한 스페인 배우가 구금되면서 스페인에서 또 해묵은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고 있다.
AFP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영화와 텔레비전 등에 출연한 배우 윌리 톨레도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법원 재판부의 심문을 받기 위해 구금된 상태라고 현지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건은 3명의 여성이 스페인 남부 세비야에서 종교행렬을 모방, 여성의 생식기모형을 동원해 '억압에 저항한다'는 취지의 행진을 했다가 신성모독 혐의로 고발되면서 시작됐다.
톨레도가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을 비난한다(shit on God). 성모마리아의 신성함과 처녀성에 대한 도그마도 맹비난한다"면서 "이 나라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럽다. 역겹다"고 이 여성들을 옹호하는 글을 쓴 것이다.
스페인 기독교인 변호사협회는 톨레도를 "하느님과 성모마리아를 조롱으로 뒤덮었다"면서 마드리드법원에 고발했다.
톨레도는 지난 4월 심문을 위해 첫 소환통보를 받았지만, "아무 죄도 없는 만큼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면서 불응했다.
법원은 톨레도가 6월 말 두번째 소환에도 불응한 뒤 구금을 명했다.
현재 구금상태인 톨레도는 13일 법정에 출석해 판사의 심문을 받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오스카상 수상자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톨레도를 지지하면서 "스페인이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하의 억압기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톨레도뿐 아니라, 스페인에서는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다가 조사를 받거나 감옥에 가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다수의 트위터 사용자와 래퍼들이 테러리즘을 미화하거나 스페인 국왕을 모욕하는 논평이나 가사를 썼다가 재판받았는데, 국제사면위원회는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래퍼 발토닉이 이런 내용을 담은 가사를 썼다가 3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자 벨기에로 도망간 일도 있었다.
벨기에 법원은 오는 17일 발토닉을 스페인으로 인도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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