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보에 기습 발표…"외화 수요 꺾으려는 조처"
"터키정부 변칙 대응, 금리 인상 최소화 신호로 보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통화 가치 급락으로 신흥국발(發) 위기 '뇌관'에 꼽히는 터키가 매매·임대 계약을 자국 통화로 강제하는 조처를 기습 발표했다.
터키정부는 13일(현지시간) 자산이나 서비스 매매·임대 계약을 리라화로만 체결하도록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관보에 게재했다.
새 행정명령은 신규 계약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에도 적용된다.
외화 계약 당사자는 30일 안에 계약을 리라로 전환해야 한다.
새 계약뿐만 아니라 종전 계약까지 리라로 전환을 강제하는 극단적 조처로, 계약 쌍방간 분쟁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조처는 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에서는 부동산 소유주가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회피할 의도로 달러·유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번 조처는 달러와 유로 등 외화 수요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국내외 언론은 분석했다.
터키리라화는 올 들어 미달러에 견줘 40% 가치가 폭락했다.
터키정부는 최근 리라 방어를 위해 정공법인 금리 인상 대신 이날 발표된 리라 계약 의무화나 외화 예금 세율 인상 등 변칙적 수단을 잇달아 내놨다.
이는 터키정부가 여전히 충분한 금리 인상에 부정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날 터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관영 매체의 전문가 조사에서 기준금리 예상 인상폭은 275∼725bps(2.75∼7.25%)로 나타났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전문가들은 환율 방어와 물가 관리를 위해 약 500bps 이상 인상하는 강력한 조처를 주문하면서도, 실제 인상폭은 그에 못 미치리라 예상했다.
ABN암로그룹의 이코노미스트 노라 노이테붐은 터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폭이 200∼250bps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시장은 중앙은행의 조처에 실망하고, 리라 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터키 중앙은행의 강력한 조처가 없다면 현재 6.4 수준인 리라달러환율(1달러와 거래되는 리라의 비율)이 연말까지 8.2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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