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디 마이오 부총리, 모스코비치 집행위원에 '분통'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최근 유럽에 불고 있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바람을 경계하며 언급한 '리틀 무솔리니' 발언에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인 두 부총리가 단단히 뿔이 났다.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3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퓰리스트들이 발호하는 요즘 유럽의 분위기는 1930년대와 매우 유사하다"며 "군화 발자국 소리나 히틀러는 없지만, 아마도 '작은 무솔리니들'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反)난민 정서가 득세하는 최근 유럽 분위기를 나치즘과 파시즘이 창궐한 1930년대에 비교한 모스코비치 위원이 비록 이탈리아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이런 말은 즉각 이탈리아 정부의 반발을 불렀다.
난민 강경 정책에 앞장서며 EU 집행부와 상당수 유럽 국가에서 '공공의 적'이 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모스코비치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 이탈리아인들이 뽑은 합법적인 이탈리아 정부를 모욕하기에 앞서 입을 씻어야만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난민 분산 수용 문제 등으로 취임 이후 이웃 나라 프랑스와 빈번하게 각을 세워 온 살비니 부총리는 이어 "그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벤티밀리아에서 난민들을 돌려보내고, 리비아를 폭격하고, EU의 예산 한도를 어긴 프랑스를 질책하기는 커녕, 이탈리아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하며 모스코비치의 모국인 프랑스도 싸잡아 비난했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의 연정 파트너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당수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일부 EU 집행위원들의 태도를 정말 참기 어렵다. 감히 그들은 어떻게 이탈리아에 '작은 무솔리니들'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동맹'과 '오성운동'으로 이뤄진 이탈리아 정부는 세금 인하와 저소득층에 기본소득 제공, 과거 정부가 도입한 연금 연령 상향 철폐 등 재정 지출 확대로 이어지는 포퓰리즘 공약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려 하고 있어 회원국들의 예산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EU의 우려를 사고 있다.
EU는 역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약 132%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채무 위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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