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추가 폭로·美 새 조사…피해자들, 교황 해결 의지에 불만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가톨릭 교회를 뒤흔들고 있는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폭력 추문이 잠잠해지기는커녕 갈수록 번지는 분위기다.
교황이 성직자의 성폭력 추문과 은폐 의혹의 진원지인 미국 가톨릭계 대표단과 면담했지만, 독일에서 다수의 성 학대 사례가 추가로 드러난 데 이어 미국에서 성폭력 의혹에 대해 새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황이 각 나라 가톨릭 교회 최고 결정 기구인 주교회의의 대표들을 내년 2월에야 만나기로 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현지시간) 미국 가톨릭주교회의(USCCB) 의장인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을 포함한 미국 가톨릭 교회 대표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성폭력 추문과 은폐 의혹 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교황청은 회의 후 특별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디나르도 추기경은 성명을 통해 교황과 미국 가톨릭계의 상황을 공유했다며 "그는 매우 진지하게 경청했다. 장시간에 걸친 생산적이며 유익한 의견 교환이었다"라고 밝혔다.
디나르도 추기경은 또 "가장 효과적인 다음 절차들을 함께 적극적으로 찾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악재는 이어지고 있으며, 비난은 점차 교황에게로 향하고 있다.
독일 언론은 1946년부터 2014년까지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 사제에 의해 저질러진 성 학대가 3천67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이 결과는 애초 오는 25일로 예정된 연례 독일주교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한발 앞서 보도됐다.
독일 내 조사 결과, 성 학대에 가담한 사제는 1천670명에 달했지만, 3분의 1 미만만이 교회법에 따라 징계에 회부됐고 단지 122명만이 교회 밖 당국에 넘겨졌다. 가해자의 3분의 2는 아무 처벌 없이 책임을 면한 셈이다.
특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형인 게오르크 라칭거(94) 신부가 30년간 이끌던 레겐스부르크 성당 합창단에서도 50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라칭거 신부는 소년들을 때린 적은 있다고 인정했지만, 성범죄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미국 대표단 면담에 앞서 성인 신자들을 상대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휠링-찰스턴 교구의 주교 마이클 브랜스필드의 사퇴를 수락하고, 조사를 명령했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은 교황이 내년 2월 주교회의 대표들을 만나기로 한 데 매우 더디게 대응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교황의 미온적인 태도로 볼 때 자칫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인 피해자인 마크 빈센트 힐리는 CNN 방송에 교황은 2013년 3월 선출됐고 이후 수많은 보도와 증언 등이 쏟아져 나온 점을 고려하면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사과의 말만 있고 행동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아일랜드의 콤 오고만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수십 년 수 세기가 걸려야 하나"라고 묻고는 "아이를 성폭행하는 것은 엄청나게 심각한 범죄로, 그것을 은폐한다는 것 또한 매우 심각한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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