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태 예측성 높일 것' vs 'M&A 비용 늘어 기업활동 저해' 양론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국제회계기준(IFRS) 제정기구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기업의 인수·합병(M&A) 시 브랜드 파워 등 무형의 가치에 대해 지불하는 일종의 프리미엄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스 후거보스트 IASB 의장은 14일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인터뷰에서 M&A 대금 중 상대기업의 순자산을 초과해 지불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논의를 시작해 빠르면 2021년에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M&A에서 순자산 가치를 초과하는 부분은 해당 기업의 브랜드 파워 등의 가치를 의미하며 인수기업이 회계상 자산으로 처리한다. 일본 회계기준으로는 최장 20년에 걸쳐 상각,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회계기준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새 기준이 마련되면 M&A에 나서는 기업의 경영실적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이 부분을 상각할 필요가 없지만 인수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할 경우 무형의 가치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부분을 한꺼번에 반영해 손실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멀쩡하던 기업이 갑자기 거액의 손실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어 투자가들로부터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후거보스트 의장은 감손손실을 둘러싼 기업의 판단이 "낙관적이 되기 쉬운 데다" 회계처리 시기도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IASB내에서는 전부터 이 부분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그동안은 현상유지파가 많아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후거보스트 의장의 의지 등을 감안해 논의를 시작하기로 7월에 정식으로 결정했다. IASB는 앞으로 규제 당국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 상각 의무화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기준이 바뀌면 기업의 경영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제회계기준은 유럽을 중심으로 아시아 등 12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일본 국내에서 IFRS를 도입한 기업 중 160여개사가 14조 엔(약 140조 원) 규모의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은 주요 600개사가 240조 엔(약 2천400조 원)의 프리미엄을 안고 있다. 예컨대 20년간 정기상각이 의무화되면 유럽과 일본을 합해 연간 13조 엔(약 130조 원)의 이익감소 요인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중국의 경우 주요 100개사가 약 10조 엔(약 100조 원)의 프리미엄을 안고 있다. 중국 회계기준은 IFRS와의 호환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준이 바뀌면 대처가 필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규모 큰 M&A가 활발한 미국의 경우 주요 500개사가 340조 엔(약 3천400조 원)의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회계기준으로는 이 프리미엄을 상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세계의 주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IFRS가 바뀌면 미국에서도 개정논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순자산 가치를 초과하는 프리미엄을 비용으로 처리하면 기업 재무싱태의 예측성을 높여 투자가들에게는 메리트가 되지만 M&A 비용이 증가해 기업활동을 저해할 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의 논의과정에 곡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