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세금에 고가 아파트 밀집지 다주택자 매도 시기 '고민'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강남에 집 2채 있는 손님이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아무래도 집을 팔아야겠다며 매물을 내놓고 갔어요."
9·13대책 다음날인 1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에 오랜만에 매물이 나왔다.
강남권 2주택자가 대폭 강화된 세금으로 인해 1채를 팔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예전부터 매도를 고민하던 고객인데 어제 발표로 마음을 굳힌 모양"이라며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조용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자 부동산 시장은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오전부터 집값 전망을 묻는 문의 전화가 심심치 않게 왔다.
용산구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가 지금보다 얼마나 나올지 묻는 전화가 계속 왔다"며 "세 부담이 늘면서 집주인들이 다소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전부터 집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들은 팔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팔긴 팔아야 하는데 언제가 적당할지 묻는 전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개업소들은 당장 급매가 나온다든가 호가가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사실 상당 부분이 예측됐던 것이라 호들갑 떠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유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겠지만 쉽게 집을 내놓으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업소 대표는 "보유세가 강화됐다고 해도 양도소득세 또한 무거워서 집을 파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등록도 또 하나의 선택지로 떠올랐다.
정부가 청약조정지역 내 신규로 주택을 사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과세 배제 혜택을 없애지만, 기존에 보유한 주택을 등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종전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대사업등록을 하지 않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 보유한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려고 할 수 있다.
용산의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은 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8년을 더 갖고 가자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매도보다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매수세는 한동안 소강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는 생각이 있어도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한동안 거래가 끊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원하는 가격에 차이가 있다"며 "일단 매수 의사를 보류하고 전세로 돌린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추석연휴가 끝난 후 공급이나 금리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본 뒤 집값이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 내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는 한번 올라간 집값을 낮추려고 하지 않고 매수자는 그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사길 원하니 짧지 않은 기간 거래절벽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대책이 1주택을 포함한 유주택자들을 겨냥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내집마련' 기회가 많아진 무주택자들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직후에도 매수 의사가 있는 무주택 손님에게 집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유주택자야 고민이 많아졌겠지만, 무주택자들에게는 이번 기회에 집을 마련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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