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잃을 뻔한 죄인 된 심정" 검은 옷 입고 교육감·구청장 면담
교육감 "공립유치원 수준 교육보장"…구청장 "안전한 학습환경 확보 우선"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최평천 기자 = 서울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이 14일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구청을 연달아 찾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강하게 질타했다.
자녀가 다니던 유치원을 어떤 잘못도 없이 불의의 사고로 잃은 학부모들은 "우리가 죄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상도유치원 학부모 40여명은 이날 오전 검은 옷을 맞춰 입고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이유는 "아이를 잃을 뻔한 죄인이 된 심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학부모는 젖먹이와 함께 왔다.
학부모들은 '서울상도유치원 붕괴참사 피해 유아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아무것도 모른 체 붕괴하고 있는 유치원에 아이를 등원시켜 죽음의 위기에 빠뜨렸다"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죄인"이라고 자책했다.
이들은 "당국의 무사태평주의와 복지부동으로 아이들 생명이 처참하게 위협받았다"면서 "사고 이후에도 당국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논의하겠다. 협의하겠다'는 대답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로 자녀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중이라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이 무너지는 소리를 직접 들은 아이도 있다"면서 "아이들이 악몽을 꾸고 매일 운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향후 유치원 운영계획·대책 수립과 학부모와 서울시교육청, 동작구청이 참여하는 '공동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또 이러한 요구사항에 대해 18일 정오까지 서면으로 답을 달라고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학부모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면담도 요구해 조 교육감을 만났다. 30여 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탁상행정을 계속 지적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상도초등학교에 임시로 마련된 유치원 공간에 급식시설이 없어 유치원생들은 외부에서 사 온 음식을 먹고 있다. 교사들은 머물 공간이 없어 수업이 없을 때는 학교 벤치에서 쉬고 식사는 바닥에서 하는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서울상도유치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많은 신상도초등학교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도초에서도 사고현장이 보이고 다녔던 유치원이 붕괴된 것에 아이들이 많이 놀랐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기존 (서울상도유치원에서 받은) 공립유치원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학부모와 동작구청과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학부모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모든 과정을 숨기지 않고 학부모와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조 교육감과의 면담을 마치고 이날 정오께 동작구청으로 이동해 이창우 구청장, 구청 관계자들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학부모들은 "사고 대책이 철거가 아니다"라며 "아이들 보금자리 박탈당하고 생명위협을 받았다. 사고 전에도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학부모들은 상도초등학교 임시 유치원 시설 개선, 6개월 이후 대책 마련, 구청·교육청·학부모 소통 창구 단일화 등을 구청에 요구했다. 일부 학부모는 면담에서 울먹이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상도유치원 사고 관련 저희가 관리를 잘못했다는 책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사고 수습에 있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할 것"이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구청장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리에 연연하고자 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122명 아이의 안전한 학습환경 확보가 우선이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 교육감, 시장과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구청에서 근처 리모델링한 건물도 보고 다른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지도 봤다. 교육지원청과 협의해 유치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학부모 대표에게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면담에 참석한 구청 관계자는 유치원 건물이 철거된 지역에 유치원을 다시 지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면서 "유치원 건물을 다시 지을지는 학부모들의 결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열린 학부모 총회에 구청장이 오지 않았다"는 학부모들의 비판에 이 구청장은 "개인적 사정 때문이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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