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롱런 비결이요? 먼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끊임없이 변신에 성공하려고 고민하죠. 관객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망도 있고요."
'연기 잘하고 예쁜데 밥도 잘 사주는' 배우 손예진은 데뷔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연중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은 꼭 출연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다작 배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대중에게 손예진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배우로 기억된다.
14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협상'을 통해 인질범과 일대일 대화에 나서는 협상전문가로 변신한 손예진을 만났다.
그녀는 "변신만 한다고 해서 관객이 인정해주진 않는다"며 "변신에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그 인물처럼 보이게 하고 관객을 공감하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관객께서 '제 또 나왔네.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네' 하면 안 되잖아요. 저도 '어, 이 대사 어디서 한 것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들까 봐 겁이 나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다르고 새로울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이번 작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관 하채윤 경위 역을 맡았다. 태국 방콕에서 한국인 기자와 자신의 상관을 납치한 범인 민태구(현빈 분)와 모니터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하채윤에게 주어진 임무다.
하채윤은 서울에 있고, 민태구는 방콕에 있다는 설정상 두 사람의 협상은 모니터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한 건물 위층에 손예진의 상황실 세트가 있고 그 아래층에 현빈의 인질 창고 세트가 마련됐다. 두 배우가 준비를 마치면 동시에 촬영에 들어가는 이원동시 촬영 기법이 적용됐다.
손예진은 농담으로 세트장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감옥'에 들어가는 듯했다고 전했다.
"한 달 반 정도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촬영했어요. 게다가 12시간 안에 벌어진 이야기니까 감정은 계속 유지해야 했죠. 정말 힘들더라고요. 마치 자다 일어났는데 또 그 자리인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상대 배우의 대사는 물론 눈빛과 숨소리에까지 반응하는 일반 연기와 달리 작은 모니터 화면만 보면서 하는 연기도 어렵고 생소했다. 이원동시 촬영이 정말 가능할지 의문도 들었다고.
"이렇게 찍을지는 전혀 몰랐죠.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전 테스트 촬영을 했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게 가능해?'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보니 이 방법이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것 같았어요. 날 것 그대로의 표정과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협상'은 '멜로퀸'과 '멜로킹'으로 손꼽히는 손예진과 현빈이 로맨스 상대가 아닌 적으로 만났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다. 더욱이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장면은 막판 10분여에 불과하다. 손예진 역시 짧은 대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지막에 한 번 만나는 건데 서로 호흡을 맞췄다고 하기도 뭐하고 아니라고 하기도 뭐하잖아요. 아쉬웠죠. 현빈 씨하고 서로 나중에 다시 한번 하자는 이야기도 했어요."
'협상' 이후 차기작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 몸에 코미디 본능이 흐르는 것 같다"고도 했다.
'너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이제 어떤 역을 해야 할지 걱정되지 않나'라고 묻자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해요. 아무리 많이 해도 한 해에 두 작품이잖아요. 아직 해보지 않은 역할이 더 많은 것 같고, 새로운 역에 대한 설렘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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