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압수수색 영장 기각…"휴대전화 압수하면 기본권 제한돼"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차명 전화를 개통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자신을 겨냥한 수사가 진행되는 시기에 차명 전화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의도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이 지난 6월 말 변호사 사무실 직원의 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휴대전화 압수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압수수색의 필요성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임 전 차장이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차명전화를 이용해 과거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한 심의관들과 통화하거나 메신저를 주고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이 조직적으로 말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수사 초기에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 6월 말부터 7월 사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한승·심준보 전 사법정책실장 등 전직 법원행정처 간부들이 줄줄이 보안메신저 텔레그램에 가입했다.
검찰 수사를 받은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 다수가 최근까지도 잇따라 텔레그램 계정을 열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사건 관련자들의 말맞추기를 우려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밖에 여러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청구했으나 "자료가 그곳에 보관되어 있을 개연성이 인정 안 된다"거나 "판사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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