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간 면허대여도 불법" vs "저렴한 비용 등 장점…동일 취급 말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꼽히는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자 '네트워크병원'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반발 움직임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사무장병원 퇴출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 논의 중인 의료법 개정안이 네트워크병원과 사무장병원을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의료생태계의 다양화를 저해하고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0일 전체회의에 사무장병원의 개설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안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불법 개설한 요양기관을 말한다.
개정안은 사무장병원뿐 아니라 의료인끼리 명의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에 대해서도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의료인 면허 취소,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사무장병원은 물론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게 돼 있는데도 그간 별도의 제재규정이 없었으므로 이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별도의 제재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지금껏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의사 사무장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네트워크병원 업계에서는 의료인 간 협업으로 운영되는 네트워크병원을 '의사 사무장병원'으로 취급하는 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게 한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네트워크병원은 대개 대표원장 한 명이 둘 이상의 여러 지점 병원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 등으로 개설·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여러 지역에서 같은 이름을 쓰되 병원을 지원하는 별도 회사가 마케팅과 경영, 홍보 등 진료 외 분야를 전담하는 의료기관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한 네트워크병원 관계자는 "환자에 저렴한 비용으로 균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설립된 네트워크병원을 사무장병원과 동일 취급해선 곤란하다"며 "네트워크병원은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임상 연구 등을 공유해 의료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의 내용은 의료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소조항'"이라며 "이대로 시행될 경우 여러 장점을 갖춘 네트워크병원 형태가 사장돼 결국에는 의료생태계의 다양화와 선진화를 가로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요양급여를 환수하기 위한 법률적 포석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네트워크병원에 대해 수백억원대 요양급여 지급정지 및 환수를 집행했다가 이에 반발한 병원과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인 간 동업이나 투자는 사무장병원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의료인이 한 진료 행위에 대해서는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린 바 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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