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D-2] ⑤ 남북경협 기대감 속 제재 변수로 '안갯속'

입력 2018-09-16 05:10   수정 2018-09-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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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정상회담 D-2] ⑤ 남북경협 기대감 속 제재 변수로 '안갯속'
문대통령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 구체화에 '시선집중'
대북제재 유효·북미관계 불투명 등은 대기업 투자 선결과제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윤종석 기자 =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물론 경제단체 대표와 주요 그룹 총수급도 방북단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아직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데다 우리 재계에서도 북한 투자의 리스크를 우려하는 기류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등 경협 청사진 '주목'
남북이 한반도 통일시대에 대비해 추진할 남북경협의 청사진은 문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면서 '평화가 곧 경제'임을 강조했다. 그동안 줄곧 강조해 온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유럽 6개국이 1951년 전쟁방지와 평화구축, 경제재건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창설해 이후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됐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언급하면서 비슷한 형태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한반도 평화를 기반으로 동북아 국가들이 철도를 통해 소통하면서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다.
남·북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6개국에 미국도 포함되는 이 공동체가 실현되기 위해선 동해선 연결과 경의선 현대화 사업 등 남북 철도 경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북한에 철도가 현대화되고 남측과 연결돼 KTX와 같은 고속철도가 다니려면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 비용은 연구기관마다, 추산 조건에 따라 산출액이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수년 전 계산된 수치여서 정확하지도 않다.
일단 정부가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내면서 제시한 비용추계서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한 내년도 예산 4천712억원 중 남북 간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2천951억원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에 따라 추진되는 철도·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과 이후 북미 대화에서 경협을 본격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남북회담에서는 경의선과 동해선 등 철도를 연결하고 나서 어떻게 철도를 운용하고 이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청와대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해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발전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밑그림'도 내놨다.
그동안 소외됐던 군사분계선 인근 접경지역에 남한의 기술·자본에다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경제특구를 만들자는 구상으로, 이를 추진하기 위한 '평화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통일경제특구 방안 발표로 경기 북부와 강원도 지자체들은 특구와 연계된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 경제단체 수장에 그룹 총수까지…경협 물꼬 틀까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방북단은 200여명 규모로, 과거 1·2차 회담 때의 구성을 감안하면 경제인 방북단은 10~15명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제인 방북단은 경제단체와 공기업 대표 위주로 구성하되 삼성, 현대차[005380], SK, LG[003550] 등 주요 그룹 인사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경협 사업의 선두주자인 현대그룹도 우선순위로 거론된다.
우선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 한국무역협회 김영주 회장 등이 특별수행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 것은 재계 단체의 역할을 '주문'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한상의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국제상업회의소(ICC)를 매개로 북한 조선상업회의소와 직·간접 접촉한 경험이 있고, 현 정부 들어 '재계 대표'로 부상한 만큼 경협 논의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장 큰 관심사는 주요 그룹 총수급의 역할이다. 방북단 명단에 실제로 포함될지, 방북한다면 그룹 차원에서 어떤 경협 사업 구상을 내놓을지에 시선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 등은 올해 들어 사실상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자체로 관심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들 그룹 총수급이 방북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당장 구체적인 대북 투자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로 인해 북한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막혀 있고, 남북간 합의가 있더라도 북미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대기업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외국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북미 관계가 경색될 경우 사업상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회담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경제인 방북단 명단도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라면서 "첫술에 배부르길 기대하는 것보다 경협의 물꼬를 튼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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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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