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문단에 날카로운 비판 가한 청년 이건창

입력 2018-09-16 06:10  

조선 전기 문단에 날카로운 비판 가한 청년 이건창
대동문화연구원, '이건창 전집' 출간 기념 학술대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나는 일찍이 생각하기를 동방의 선비들 가운데 대제학이 될 것을 스스로 기약하는 자는 참된 문장이 아니고, 관리를 선발하는 자리에 오르기를 기약하는 자는 참된 도학이 아니라고 보았다."
조선 후기 이름난 문신이자 학자인 이건창(1852∼1898)은 '명미향관초고'(明美香館初稿)에서 조선 전기 대표적 학자인 서거정(1420∼1488)에 대해 "태평시대를 꾸미기는 했으나, 재주 있는 자를 시기하고 이기기 좋아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건창은 이 글을 스무 살이 된 1872년에 지었는데, 젊은 시절에 남긴 문장을 보면 조선 문단을 상당히 박하게 평가했음을 알 수 있다.
김용태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이건창 전집' 출간을 기념해 열린 학술대회에서 이건창과 교유한 김택영(1850∼1927)이 1917년 이건창 시문집 '명미당집'(明美堂集) 편찬을 주도하면서 일부러 빠뜨린 내용을 분석해 발표했다.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이 이번에 펴낸 이건창 전집은 각 기관이 소장한 이건창 초고, 편지, 선집, 저작을 수습해 영인한 책이다.
이건창의 서거정 비판은 명미당집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김택영이 정통 고문을 중시한 문학관에 기인한 면도 있겠으나, 혹시 물의가 일어나 이건창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상당히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미당집에 빠진 산문 중에는 조선 문단에 대해 "어찌 동인들은 갈수록 더욱 스승이 많아지는가. 매양 그들의 법을 살펴보면 뭉뚱그린 것이 혼돈 같고, 뒤섞인 것이 잡동사니 같다"라며 한탄한 글도 있다.
김 교수는 "권력과 권위, 유행에 무비판적으로 굴종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태도에 불만이 컸던 것"이라며 "주체의 각성과 진실을 중시하는 양명학에 가까웠던 이건창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매우 절실했을 듯하다"고 주장했다.
명미당집에 실리지 않은 이건창의 글에서는 개성적 문학에 대한 열정과 모색, 노불(老佛) 사상에 대한 열린 태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김 교수는 "문학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이건창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듯하다"며 "주체의 진실성을 극도로 추구하는 그의 기질과 학문 성향이 그를 고독한 존재로 몰아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건창은 40대에 "시는 우주를 위한다 하더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적었는데, 이는 예술지상주의적 문학관이라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건창은 성리학 권위에서 자유로웠고, 노가와 불교 사유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산문에 자유롭게 활용했다"며 "이건창에게 노불과 유가는 상충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명미당집에 누락된 글 중에는 이유를 명확히 짐작하기 어려운 것도 있는데, 그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건창 문학 세계뿐만 아니라 근대 양명학자의 시대 인식, 고종 시기 학술계에 대한 주제 발표도 진행됐다.
대동문화연구원장인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고종 시기는 변화와 혼란이 극심해 학계와 문단 상황이 아직 소상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 시기 주요 학자와 문인의 저술을 정리하고 연구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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