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기차에서 핀 수채화 = 35년 철길 인생을 산 박석민 역장이 쓴 책.
전남 무안에서 태어난 저자는 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3년 19세에 철도청에 임관해 강원도 태백선 근무를 시작으로 20년 동안 제천, 영주, 동해를 거쳤고, 2001년 해돋이명소로 유명한 정동진 역장을 하면서 기차관광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목포역장, 나주역장, 남도해양관광개발사업단장을 역임하면서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반나절 생활권이 된 남도 관광을 활성화하자며 여러 신문에 칼럼을 기고했다.
저자는 철도가 생긴 지 88년째 원형 그대로 노선이 보존된 광주∼순천 간 경전선은 간이역 관광의 보고라고 말한다.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 배경이 된 남평역(등록문화재 299호), 철도원 영화 호로마이역을 닮은 아담한 능주역, 드라마 촬영지 명봉역, 추억의 7080거리 득량역, 꼬막과 태백산맥의 고장 벌교역, 옛 건축양식이 멋진 원창역(등록문화재 128호) 등이 테마역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끈다. 앞으로 해당 지자체가 간이역을 잘 활용해 관광철도로 발전시킨다면 많은 관광객이 찾아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저자는 간이역에 담긴 에피소드와 스토리를 발굴해 세상에 적극 알리며 자신이 '국내 최초 트레인 텔러(Train Teller)'라고 자부한다.
이 책 삽화는 미술을 공부하는 저자의 딸 박하예린 양이 직접 그렸다. 역이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수채화로 담백하게 그렸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224쪽. 1만5천원.
▲ 삼겹살 애가 = 이만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표제작 '삼겹살 애가(哀歌)'는 지난해 5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와 일하다 사고로 죽은 20대 네팔 청년들에 대한 진혼시 성격을 띤다.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과 인생의 허무함을 담은 시 54편을 묶었다.
"서울의 식당가 여기저기서/삼겹살 굽는 기름 증기가 피어올랐다//한국보다 3시간 늦은 오후/네팔의 작은 마을에선/22세 청년 C를 화장하는 연기가/설산을 타고 하늘을 올랐다//네팔의 사내아이들은 자라면서 꿈을 꾼다/런던 버킹검궁 근위대원이 된다는 꿈//웅장한 궁전, 화려한 군복/여왕님을 지킨다는 자부심/가장 용감하기에 환영받는 용병/구르카 장병들//(중략)//용감무쌍한 네팔 청년에게/돼지 똥통 치우는 일은/일도 아니다/네팔 청년은 꿈을 꾸었다/코리언 드림/어서 빨리 돈을 모으리라/팔려간 어린 누이를 찾아오리라//(중략)//돈 벌러 한국에 와/ 돈사에서 삶을 다한/이방 청년의 몸도/가느다란 연기 되어/함께 피어올랐다" ('삼겹살 애가' 부분)
시집 전체로 보면 성경 구약의 '창세기'로부터 시작해 불교의 '윤회의 고리를 끊는 것'으로 끝나는 맥락성을 갖는다.
다미르.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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