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도움 줄줄 알았는데 급작스러운 퇴장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아버지뻘 스승에게도 어눌한 조선말로 "그러면 안 돼요. 알았냐"고 하던 요시노 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배우 본인의 말에 따르면 말을 하도 마음껏 못해서 쌓인 게 터지는 중이라고 했다.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에서 황은산(김갑수 분)의 일본인 제자 요시노 고 역으로 짧은 분량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배우 이시훈(34)을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6일 방송분에서 애기씨 애신(김태리)을 두고 가족 곁으로 돌아가며 완전히 퇴장했다.
"어느 정도 더 도움을 주다가 떠날 줄 알았거든요. 갈 길이 남았는데 갑자기 퇴장한 느낌이라 많이 아쉽죠. 게다가 황은산과 요시노 고가 어떻게 국적을 뛰어넘어 사제지간이 됐는지 사연도 나올 줄 알았는데…."
이시훈은 결국 작품에서 다루진 못했지만 은산과의 관계, 그리고 요시노 고의 캐릭터에 대해 상상도 많이 해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고가 일본 국적이니까, 황은산의 입장에서는 적국의 제자를 품는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가 또 고가 사실은 첩자가 아닐까,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상상도 해보고요."
이시훈이 요시노 고로 촬영 며칠 전 갑자기 합류하게 된 것은 작품 속에서도 인상 깊었던 '어눌한 반말'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다 존댓말이었는데 아래에 '재미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기에 제가 오래 알고 지낸 재일교포 선생님 말투가 생각나 반말을 섞어봤다"며 "그런데 김은숙 작가님께서 재밌게 봐주셨는지 아예 그다음부터는 반말체로 대본이 왔다"고 웃었다.
그는 또 "첫 장면이 김갑수 선생님, 이병헌 선배님, 김태리 배우님과 다 같이 마주치는 장면이었는데 다들 제 반말에 웃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시훈은 김갑수에 대해서는 "중압감이 느껴졌지만 먼저 편하게 다가와 주셔서 감사했다"고, 이병헌에 대해서는 "따라갈 수 없는 연기를 하는 분"이라고, 김태리에 대해서는 "저 나이에서 저런 연륜이 나오나 싶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원래 영문학을 전공한 이시훈은 제대 후 진로를 바꿔 대학로로 향했다. 주로 연극 무대에 선 그는 3년 전 열음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면서부터 '리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드라마에도 꾸준히 출연했다.
"언어와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요. 일본어 등 4개 국어를 하고요. 절권도, 승마 같은 스포츠도 연마했죠. 언젠가는 연기에 도움이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웃음) 저는 연기에 재능은 없는 것 같지만, 이 직업이 참 좋아요. 제가 땀이 많은데, 연극 무대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 관객들이 '성심성의껏 해줘서 고맙다'고 해더라고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값어치 하는 배우'요."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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