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배달 콜센터 배경, 20대의 꿈과 좌절, 사랑 그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제정한 수림문학상 올해 제6회 당선작으로 김의경(40) 장편소설 '콜센터'가 19일 선정됐다.
'콜센터'는 피자 배달 주문 전화를 받는 콜센터를 배경으로 20대 젊은이들의 꿈과 좌절, 우정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영혼을 갉아먹는 '감정노동'의 실태도 생생하게 그린다.
소설 주인공은 스물다섯 살인 주리와 용희, 시현, 형조, 동민 다섯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주리와 용희는 취업이 될 때까지 잠시만 있기로 하고 콜센터에 들어가 상담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곳에서 방송사 아나운서를 꿈꾸는 시현과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형조, 음식점 창업을 꿈꾸며 피자 배달을 하는 동민을 만나 친해진다.
콜센터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몸이 덜 힘든 대신 끊임없이 전화를 받고 고객 요구에 응대해야 하는데, 그중에는 '진상'도 적지 않다. 무시와 멸시에 욕설, 성희롱까지 해대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해서 한 상담원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사람도 있다. 시현은 업무를 꽤 능숙하게 해내 일반상담사에서 전문상담사로 승급해 시급을 조금 더 받게 됐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독한 진상 고객에게 시달리며 점점 견디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아나운서의 꿈마저 멀어져가자 급기야 감정이 폭발해 부산 해운대가 주소인 그 진상 고객에게 찾아가 복수하겠다고 선언한다.
시현을 짝사랑하는 동민이 이 길에 따라나서고, 숨 막히는 콜센터에서 탈출을 꿈꾸던 주리와 용희, 형조 역시 여기에 합세한다.
심사위원단은 "최종 심사 자리에서 여러 차례 나온 '짠하고 아리다'는 감상은 '콜센터'의 소설적 미덕을 압축한 표현이었고,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도 결국 심사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소설은 소위 진상 고객을 상대로 한 감정노동의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뜻밖의 상호 접속과 위로의 순간을 잡아내고, 인물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독이고 일으키는 시간에 끝내 도달한다. 그 현재의 미미하지만 단단한 실체는 이 소설의 '감정노동'이 일구어낸 소중한 문학적 진실이라 할 만하다"고 평했다.
이어 "막막한 대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연인의 남루하지만 간절한 첫 잠자리는 잊기 힘든 소설적 감흥의 순간을 빚어낸다. 과장과 허세 없이 우리 시대 젊음의 진실에 가닿으려 한 작가의 진정성 어린 수고에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의경은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한경 청년신춘문예에 자전적 장편소설 '청춘파산'이 당선돼 등단했다. 어머니의 사업 부도로 개인 파산을 하고 아르바이트 일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던 작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 단행본(민음사)으로 출간돼 독자들에게도 호평받았다.
두 번째 장편인 '콜센터' 역시 그가 실제로 콜센터에서 6개월여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만큼 콜센터 안의 풍경과 노동자들이 겪는 감정노동의 현실이 생생히 담겨 있다.
김 작가는 "소설가로서 지금 이곳의 이야기, 현재의 이야기, 동시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이곳의 이야기를 꼭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이 이렇게 문학상까지 받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순수문학의 새로운 동력을 찾고자 2013년 제정된 수림문학상은 신인작가나 등단 10년이 되지 않은 작가의 미발표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심사위원으로는 소설가 윤후명을 위원장으로 소설가 성석제·강영숙, 문학평론가 정홍수·신수정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예심을 통해 후보작 6편을 추리고 지난 12일 최종심에서 '콜센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14일 열린다. 작가는 상금 5천만원과 상패를 받는다. 수상작은 11월 초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제1회 수림문학상은 최홍훈 작가의 '훌리건 K', 제2회는 장강명 작가의 '열광금지, 에바로드'에 돌아갔다. 제3회에는 수준에 달한 응모작이 없어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고, 제4회에는 김혜나 작가의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지난해에는 이진 작가의 '기타 부기 셔플'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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