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도적 해킹 가능성" vs 심재철 의원실 "시스템 오작동"
'10일간 정보 유출'에도 정부 '뒷북' 대응…보안 관리 도마에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기자 = 정부의 재정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야당 국회의원실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보안 시스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이를 '자료 유출'이라고 규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가 안위에 심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의도적인 불법행위'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의원실은 의도적인 해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시스템 오작동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정부는 수일간에 걸쳐 정보가 빠져나가고 난 뒤에야 뒤늦게 수습에 나서면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재정분석시스템을 통해 비인가 행정정보가 무권한자에게 유출됐다"며 심재철 의원실 보좌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재정분석시스템은 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인 '디브레인'의 하위 시스템 중 하나로 재정 건전성 등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심 의원실 보좌진이 이달 초 이 시스템을 통해 10여일간 열람하고 내려받은 예산의 편성·집행 관련 자료는 수십만건에 달한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들이 내려받은 자료는 대통령비서실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실, 대법원, 법무부 등 30여개 기관에 대한 것으로 국가 중요기관은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의 특수활동비나 국가정보원 기밀비 등 안보와 관련된 자료들도 상당수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국가 안위에 심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런 관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기재부는 지금껏 유사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해킹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실제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이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전자정부법' 위반으로 상당히 위중한 불법행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자료 반환 요청에도 심 의원실 측이 여전히 뚜렷한 답변을 하고 있지 않는 점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부각해 강조했다.
하지만 주어진 계정으로 시스템을 해킹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 신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불법 해킹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심 의원실 측도 시스템에 노출된 자료를 봤을 뿐 불법 해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주어진 계정(ID)으로 접속한 상태에서 이미 발표된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내역 등을 열람하고 내려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양 측의 공방과 무관하게 기재부와 재정정보원은 국가 기밀 정보인 재정 정보를 소홀하게 관리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십만건의 정보 유출은 이달 초 무려 열흘이 넘게 계속됐지만 정부는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뒤늦게 파악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유출된 자료를 회수하기 위한 대처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지난주 금요일 늦은 밤 심 의원실 측에 팩스를 보내 자료 반환 요청을 보냈지만, 주말 내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재정정보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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