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직항로로 방북…환영식·오찬 후 정상회담 개최
남북관계 개선·북미대화 촉진·군사긴장 완화 논의
'남북·한미·북미정상회담→종전선언' 문대통령 구상 실현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은 지난 5월 26일 판문점에서 만난 지 115일 만에 열리는 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 방안과 비핵화 협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남측 최고지도자로서는 세 번째로 방북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0분 서해직항로를 통해 평양으로 이동한다.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16일에 떠난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 비서관 등 선발대를 제외하고 공식수행원과 특별수행원을 포함한 100여 명의 방북단이 문 대통령과 동행한다.
오전 10시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면 북측이 주최하는 공식 환영행사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와 문 대통령을 영접할 가능성이 크다.
오찬을 마치고서 오후에는 문 대통령의 2박 3일 평양 체류 기간, 김 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이 열린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촉진,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협 종식을 3대 의제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세 가지 의제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의제는 역시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촉진이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의제인 데다 각론을 둘러싼 북미 간의 견해차가 작지 않은 만큼 문 대통령이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해 "우리가 주도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미국의 비핵화 조치 요구와 북측의 적대관계 청산·안전보장을 위한 상응조치 요구 사이에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두 정상이 다시 마주 앉는다면 비핵화 문제가 빠른 속도로 진척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한 만큼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래 핵은 물론 현재 보유한 핵물질, 핵시설 등을 포기하라고 설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중재안을 통해 북미 간 접점을 찾을 실마리가 풀린다면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는 계기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가 종전선언을 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방안 역시 중요한 의제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핵화 문제와 함께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쟁 공포를 해소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판문점선언 직후 남북 군사 당국 간 많은 논의를 이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이 조율 중인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서'를 기초로 한 비무장지대(DMZ) 내 적대 행위 중단,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합의가 이뤄질지 등도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문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중재와 군사적 긴장 완화의 바탕은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4·27 정상회담 때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데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4·27 정상회담 이후 활발히 논의된 산림·철도 분야 협력을 비롯해 이미 개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방안부터 인적·문화적 교류 방안,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같은 다양한 남북관계 개선안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재현 산림청장이 공식수행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인사를 비롯한 경제인이 대거 특별수행원으로 각각 동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기반으로 한 경협 논의도 이뤄질 확률이 높다.
남북 정상은 문 대통령의 방북 이틀째인 19일 오전에도 한 차례 더 정상회담을 열어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여기서 성공적으로 합의안이 마련되면 이른 오후에 공동기자회견 등이 열릴 수 있으나 합의 수준에 따라 추가적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회담 장소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이 열렸던 백화원초대소나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남측 인사가 노동당 본부청사를 직접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대북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면담할 때가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외 1일차 오후에 환영 공연과 환영 만찬을 소화한 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환영 만찬은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숙소는 올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백화원초대소가 유력하다.
북측이 문 대통령의 숙소를 밝히지 않았으나 공식수행원들의 숙소가 백화원초대소로 결정된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도 이곳에서 묵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2일차인 19일에도 정상회담 외 대동강변 옥류관 오찬, 평양 주요 시설 참관 및 환송 만찬 등의 일정을 가진 뒤 20일 순안공항에서 환송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향할 예정이다.
한편, 문 대통령과 동행하는 부인 김정숙 여사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는 1일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북한 최고의 음악 분야 종합교육기관인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하는데 이 자리에 리 여사가 동행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여사와 리 여사 모두 성악을 전공한 만큼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일정이다.
김 여사는 19일에는 음악 등 예체능 분야 영재교육기관인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참관한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 평양 향발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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