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 장관 "계속 거부할 것"…외교 장관 "유엔에 후임자 목록 요청"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과테말라 헌법재판소가 최근 입국이 금지된 반부패 국제기구 수장의 입국을 허용하는 예비 결정을 내린 가운데 정부가 불복 방침을 밝혀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일간 엘 페리오디코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헌재 재판관 5명은 전날 만장일치로 정부가 콜롬비아 국적의 이반 벨라스케스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CICIG) 위원장을 상대로 취한 입국 불허 조치가 위헌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2일간의 이의제기 기한을 정했다며 정부는 최종 결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항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헌재의 예비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는 벨라스케스 위원장의 입국을 계속 거부하기로 했다.
엔리케 데헤나르트 내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의 잠정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벨라스케스 위원장의 입국을 계속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기자회견에는 산드라 호벨 외교부 장관과 호르헤 루이스 도나도 검찰총장이 배석했다.
호벨 외교부 장관은 "유엔에 48시간 내로 벨라스케스 위원장을 대신할 후보자 목록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외교 문서를 발송했다"면서 "우리는 후임자가 누구든지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4일 미국에서 열린 CICIG 활동 관련 회의에 참석하려고 출국했던 벨라스케스 위원장의 입국을 거부한 바 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내정 간섭 등을 이유로 CICIG의 활동 기한 갱신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뒤 내년 9월까지 위원회 인사들의 출국을 요청하기도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이런 조치는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수천 명의 시민이 반부패 국제기구의 활동 보장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일부 시민은 헌재에 위헌 소송을 냈다.
2006년 설립된 위원회는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 권한을 토대로 모랄레스 대통령을 겨냥한 불법대선자금 비리 수사를 벌여 대통령과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현지 검찰과 CICIG는 지난해 8월 과테말라 헌법재판소에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을 박탈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모랄레스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국민통합전선(FCN)은 불법적으로 받은 최소 100만 달러의 대선자금을 신고하지 않은 채 출처가 불분명한 지출을 집행한 혐의를 받았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당시 위원회가 자신의 가족들을 향해서까지 수사의 칼날을 겨누자 발레스케스 위원장을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국외로 추방하려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추방금지 판결과 함께 유엔을 비롯한 미국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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