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내 협상안 지지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 직면" 경고
더딘 EU 협상 속 일부 낙관론도…영국 내부 갈등은 진행형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내 협상안을 지지하지 않으면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에 직면하는 갈림길에 섰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이처럼 강한 어조로 자신의 브렉시트 안에 반발하는 당내 반대파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영국이 내년 3월 29일 유럽연합(EU)을 자동으로 탈퇴하는, 이른바 브렉시트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이를 둘러싼 혼란은 쉽게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의 순조로운 탈퇴를 위한 EU와의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인 데다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안에 대한 당내 강한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 '노 딜 브렉시트' 위기감 고조 =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소위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영국을 포함한 EU에서 커가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날 BBC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브렉시트 안을 좌초시킬 경우 영국은 아무런 협정 없이 유럽을 떠나게 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당내 반대파에게 경고했다.
다만 메이 총리는 결국에는 EU와 합의를 이루고 의회도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영국 내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 다수는 정치인들이 협상을 무산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EU와의 협상이 실패하면 단기간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영국 경제는 위축될 것이라며 "EU와 영국 간 합의를 진심으로 희망하며 기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IMF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이후 어떤 식으로든 영국 경제에 충격이 가해질 것이며, 특히 노 딜 브렉시트의 영향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지난 13일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주택 가격이 3분의 1가량 폭락하는 등 영국 경제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EU-영국 협상 쟁점 = 양측은 협상의 세부 사항 중 약 5분의 1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걸림돌로는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가 꼽히고 있다. 두 지역 간 까다로운 출입 및 통관 절차, 즉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후 영국 본토와 함께 북아일랜드 역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제외될 경우 과거 내전 시절과 같이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는 '하드 보더'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EU 쪽에서는 협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흘러나오고 있다.
EU 측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17일 양측의 협상이 "우호적인 협력 분위기"에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18일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EU 업무담당 장관들에게 브렉시트 협상 진전사항을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이 미리 입수한 브리핑 요지에 따르면 "EU와 영국 협상대표들은 이미 탈퇴안 일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면서도 "다만 모든 것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어느 것도 타결되지 않은 것"이라는 신중한 태도가 담겨 있었다.
◇ 갈등 이어지는 영국 내부 =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브렉시트 후 EU와의 관계 정립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강경파 브렉시트 지지자 일부는 메이 총리 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일부 각료와 기업인들이 '노 딜 브렉시트'의 영향과 관련해 괴담을 퍼트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인 '체커스 계획'에 반발, 지난 7월 외무장관직을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여전히 메이 총리의 방안을 거칠게 비판하고 있다.
존슨 전 시장은 "메이 총리 안이 채택되면 1066년 우리 지도자들이 외국의 지배를 의도적으로 묵인한 이후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은 11세기 노르만족의 침략을 받아 영국이 지배를 받게 된 것을 일컫는다.
메이 반대파들은 세계 각국과 자유롭게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EU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고 EU를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하원이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안을 통과시키려면 320표가 필요하지만, 현재로는 불투명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수당 내 일각에서는 이달 말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메이 총리 불신임안을 제기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브렉시트 반대론자로 야당 노동당 소속인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아예 "국민이 브렉시트에 대한 통제권한을 되찾기 위해 또 다른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칸 시장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보수당 내각이 준비 및 능력 부족으로 브렉시트 협상에 실패해왔다고 꼬집으면서 미래가 불확실한 상태로 EU를 떠나는 '나쁜 거래'와 이보다 좋지 않은 '노 딜 브렉시트'만이 남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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