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첫날부터 남북정상회담으로 '형식보다 실질' 숭상
더 극진한 예우…'파격' 생중계 등 역대 최초기록 양산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2박 3일간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첫날인 18일 곧바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는 점이다.
2000년 김대중(DJ)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찾았으나, 당시 본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은 방북 둘째 날 열렸다.
또 문 대통령은 2000년 김 전 대통령에 이어 18년 만에 서해안 직항로를 이용해 전용기로 이동했다. 11년 전 노 전 대통령은 육로 방북을 했다.
문 대통령의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이르는 장면까지 주요 일정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점도 과거와 사뭇 다른 부분이다.
남북 정상 간의 첫 만남은 평양 순안공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가 영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맞이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풀영상] "환영합니다"…순안공항 환영행사 '최고예우' / 연합뉴스 (Yonhapnews)
◇ 문대통령·김위원장, 순안공항서 첫 만남…2000년 DJ 때와 비슷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평양 순안공항에 첫발을 내디딘 문 대통령을 공항 활주로에 직접 나와 맞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전용기 트랩 앞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대기하다 트랩을 내려온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반갑게 맞았다. 양 정상은 세 차례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어 공식 환영식이 개최됐다.
이 장면은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 정상의 첫 만남 때를 연상시켰다. 당시 특별기에서 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서 영접했다.
순안공항에 모인 환영 인파들이 붉은색 조화를 흔들며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을 반기는 모습도 유사했다.
다만 이번에 문 대통령을 맞은 평양 시민들의 손에는 과거엔 없었던 인공기와 한반도기도 들렸다.
2007년 10월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육로로 방북했다. 이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은 10월 2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노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두 손을 맞잡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걸어서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도보 월경'을 했다.
◇ 노 전 대통령 이어 문대통령 두 번째 퍼레이드…김정은 첫 동행 눈길
이날 문 대통령이 순안공항을 벗어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까지 이동하는 동안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한 것은 2007년 노 전 대통령 때와 비슷했다.
2000년 정상회담 때 북측은 무개차를 이용한 카퍼레이드를 남측에 제안했으나 남측은 경호문제를 이유로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대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이례적으로 같은 차량을 이용했다.
북측은 2007년에 또다시 카퍼레이드를 제안했고 이를 남측이 수용, 노 전 대통령이 몸을 훤히 드러내는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벌이는 경호 측면의 파격이 이뤄졌다.
다만 2007년에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무개차에 동승했던 것과 달리 이번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무개차에 탑승, 평양 시내에서 퍼레이드에 나섰다.
문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극진한 예우'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 백화원 이동 중 평양시내서 카퍼레이드 / 연합뉴스 (Yonhapnews)
◇ 첫날부터 바로 '회담'…2000년·2007년에는 둘째 날에
문 대통령은 이날 북측 인사 없이 휴식 겸 오찬을 한 뒤 곧바로 오후 3시 45분부터 2시간 동안 김 위원장과 회담했다. 첫날부터 속전속결로 정상 간 본격 회담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번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개최되는 남북 정상 간 회담인 만큼 형식적인 절차를 걷어내고 곧바로 비핵화 등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회담으로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00년 김 전 대통령은 방북 첫날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 김정일 위원장과 27분간 대화했지만, 이는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논의였다기보다 처음 마주 앉은 남북 정상 간 환담 성격이 짙었다.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둘째 날 오후에 이뤄졌고, 밤늦게 합의문 서명이 이뤄졌다.
2007년 노 전 대통령 방북 때 역시 둘째 날인 10월 3일 김정일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으며 서명은 마지막 날인 4일에 했다.
문 대통령은 방북 이틀째인 19일 오전에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오전 회담 후 합의 내용을 발표하기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청와대는 전망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는 별도의 회담 계획이 없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본격 회담에 앞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회담이 열린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2000년, 2007년 두 차례 회담은 모두 한국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렸다.
1일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종료…2시간 진행 / 연합뉴스 (Yonhapnews)
김 위원장 "수준 낮아도 성의 보인 일정"…문 대통령 "최고의 환영" / 연합뉴스 (Yonhapnews)
◇ 공항 영접·숙소 도착 등 생중계…"실시간·생생한 공개"
이날 문 대통령이 전용기로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하는 모습과 오전 10시께 순안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문 대통령이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정상의 생생한 모습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실시간 중계는 아니었지만, 김 위원장 부부가 직접 문 대통령 부부를 백화원 영빈관 내부까지 안내하고 둘러서서 환담하는 모습도 시차를 두고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됐다.
다만 오후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모두발언 등에 대한 생중계가 생략됐다.
2000년과 2007년에는 생중계되는 장면이 이보다 훨씬 적었다.
2000년에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이뤄진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역사적 첫 대면이 남측 TV에 생중계됐고, 2007년에는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이 마찬가지로 남측 TV에 생중계된 수준이었다.
◇ 김위원장, 첫날 저녁 문대통령 공연관람까지 '깜짝 동행'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평양대극장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2월 초 방남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했던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북한에서 다시 본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 부부는 10분 먼저 도착해 문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 뒤 공연 내내 함께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2007년 방북 때는 첫날 밤 김영남 상임위원장 주최로 목란관에서 환영 만찬을 했고, 둘째 날 저녁에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집단체조 '아리랑'을 관람했다.
김 전 대통령의 2000년 방북 때는 첫날 오후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전통무용과 기악곡을 중심으로 한 공연 '평양성 사람들'을 본 뒤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북측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이때도 역시 김정일 위원장 대신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문대통령·김정은, '겨레의 하나됨' 위한 건배…"백두에서 한라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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