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반복·처벌 강화에 "문만 열어놨지 영업 못 해" 푸념
최근 5년간 집창촌 성매수 1천485명 적발…전국 22곳 여전히 영업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김기훈 황재하 기자 =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 하루 손님 수가 10명이라고 치면 지금은 잘 나갈 때도 2∼3명에 불과해요. 단속이 참 심해졌지요. 여기는 다 문만 열어놓고 있지 영업을 잘 못해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인근 성매매 집결지는 아직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어서인지 한산한 모습이었다. 업소 20여곳 가운데 절반 정도가 문을 연 상태였고, 청소와 세탁을 맡는 이들만 업소를 드나들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업소 청소원인 김모(75)씨는 "6년간 청소 일을 했는데 저녁 손님이 해마다 줄고 있다"며 "빨래 양도 전보다 적게 나오고, 수건이나 깔판 널어 둔 것만 봐도 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에서 '집창촌'으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 화재가 잇따르며 여성 19명이 숨지자 성매매 문제를 여성 착취 등 인권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본격적으로 대두했다.
정부는 이런 여론을 수용해 2004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피해자보호법)을 제정, 그해 9월 시행했다. 오는 23일이면 법 시행 14년을 맞는다.
'성매매특별법'으로 불리는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 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종전 '윤락행위 등 방지법'보다 처벌조항을 세분화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업주 등에 대한 형량도 대폭 높였다.
반면 폭력이나 협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마약 중독, 인신매매 등으로 성매매하게 된 이들은 '성매매 피해자'로 간주해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등 각종 별칭으로 불리며 한때 국내 '성 산업'의 중심이었던 성매매 집결지는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도심 재개발 바람으로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전국 각지 성매매 집결지에서 이뤄지는 성 구매·판매행위를 꾸준히 단속하고 있다. 최근 5년만 해도 2014년 249명, 2015년 200명, 2016년 434명, 2017년 417명, 올 8월까지 185명으로 모두 1천485명이 검거됐다.
영등포역 인근의 한 성매매 업주는 "몇년 전부터 아가씨들을 많이 내보냈고, 지금 가게에는 2명밖에 없다"며 "단속이 어마어마하게 심하다"고 전했다.
인근의 한 상인은 "특별법 시행 이후 매년 아가씨들이 줄었다"며 "지금은 처음부터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은 거의 없고, 나갔다가 자리를 못 잡고 돌아오거나 한 사람밖에 없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약속 잡아서 성매매하거나 오피스텔 같은 데 많이 가지 여기는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였던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이미 재개발이 진행 중이어서 철거는 시간 문제다. 남은 이들은 "철거 때까지 일당이라도 벌며 버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주민들 전언이다.
이곳에 온 지 15년 됐다는 한 업주는 "여긴 대부분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있다. 나이 먹어 아이들 공부 시키고, 부모가 아파 부양해야 하는 가장들"이라며 "하루에 손님 한두명 구경하기도 어려운 날이 많다. 이렇게 된 지 몇년 됐다"고 말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남은 성매매 집결지는 12개 지방경찰청 관할구역 내 22곳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대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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