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도피 탁신 전 태국 총리, 총선 앞두고 '원격 정치' 시동

입력 2018-09-19 11:41  

해외도피 탁신 전 태국 총리, 총선 앞두고 '원격 정치' 시동
군부 통치 맹비난…反군부 정당간 연대 논의도 지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쿠데타를 일으켜 4년째 넘게 집권 중인 태국 군부가 내년 2월 총선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10년째 해외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원격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1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부 쿠데타 12주년을 맞은 이 날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 12년간 2차례나 군부 쿠데타가 있었고 이 때문에 태국 역사상 가장 많은 국민의 지지로 뽑힌 오누이 사이의 총리 2명이 축출됐다"며 "쿠데타로 이득을 본 일부 세력이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막대한 고통을 겪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태국의 이미지가 추락한 것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기간 교육과 복지, 마약 통제, 공중보건, 사법 시스템과 경제는 물론, 우리나라의 위엄과 자랑까지 어느 분야에서도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군부 통치를 비판했다.
군부 통치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는 "과거 정적들이 서로 대화에 나선다면 국가 이익을 위해 좋을 것"이라며 과거 라이벌 정당 간의 협력 논의를 독려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현지 언론은 탁신 총리의 이번 메시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작된 탁신 전 총리의 '원격 정치'라고 해석했다
탁신 자신과 친동생인 잉락 전 총리를 권좌에서 몰아낸 군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동시에 최근 태국 정계에서 일고 있는 탁신계 푸어타이당과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가 주도하는 민주당 간 연대 논의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태국 군부정권 측은 탁신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반박했다.
태국 정부 대변인인 산센 깨우깜넷 중장은 "총선이 다가오니 의례적으로 나오는 발언으로 놀랄 것도 없다"며 "나라가 후퇴했다면 탁신이 아니라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나라 상태가 어떤지 국민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임기간의 벼 수매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축출된 탁신의 여동생 잉락 전 총리를 겨냥해 "부패한 정부에게 통치를 허용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며 "(잉락에 대한) 판결은 정치적인 동기가 아니라 부패 혐의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출신인 탁신은 1980년대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해 막대한 부를 일군 뒤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서민을 위한 경제 및 복지 정책으로 농촌 저소득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덕분에 탁신계 정당은 2000년대 이후 태국에서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그는 수도 방콕을 비롯한 도시지역 부유층과 왕당파들의 견제를 받았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은 2년 뒤 실형이 예상되는 권력남용 관련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했지만, 궐석재판에서 2년형을 선고받았다.
해외로 도피한 탁신은 2015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인리더십회의에서 2014년 태국 반정부 시위 배후에 왕실 추밀원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태국 검찰은 이 발언을 문제 삼아 그를 왕실모독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검찰은 또 디지털 복권 발행 관련 비리, 이동통신업체 관련 사업 수수료 불법 세금 전환, 공개대상 재산신고 누락, 부인 명의의 국유지 헐값 매입 등 탁신이 받아온 혐의에 대한 처벌도 진행 중이다.
탁신의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도 2014년 쿠데타로 축출된 뒤 재임 시절 농민의 소득보전을 위한 쌀 고가 수매 및 판매과정의 부패를 방치한 혐의(직무유기)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해 8월 해외로 도피했고, 궐석재판에서 5년의 실형을 받았다.
한편,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현 태국 군부는 최근 개헌 후속 입법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2월24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상태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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