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며 판결문 초고 등 수만건 빼돌린 혐의…문건 파쇄 주장도
압수수색 다수 불허한 영장판사가 심리…결과 주목
강제징용 소송 김기춘-박병대 회의 배석한 조윤선도 소환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52)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0일 밤 결정된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 30분 유 전 연구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고 밝혔다.
유 전 연구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한 지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신병확보에 나선 피의자다.
그는 2014년 2월부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며 후배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수만 건을 모아 올 초 법원 퇴직 시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2016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법원행정처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그가 대법원에 근무할 당시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숙명여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이의 소송을 변호사 개업 넉 달 만인 올해 6월 11일 수임하며 변호사법을 위반한 의혹도 포착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숙대 사건에 관여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통화해 자신의 선임 사실을 알린 정황 등을 파악하고 소송 과정에서 '전관예우' 흔적은 없는지 쫓고 있다. 강정애 숙대 총장도 전날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소송은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小部)로 다시 내려온 뒤 6월 28일 숙대 승소로 끝났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들고 나간 대법원 문건이 대부분 대외비에 해당하고, 이후 문건을 변호사 활동에 활용한 정황이 있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고 구속 수사 방침을 정했다.
특히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세 차례 기각되는 사이 문건을 파쇄하고 PC 하드디스크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불구속 수사를 할 경우 추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다.
영장심사를 진행하는 허 부장판사는 앞서 유 전 연구관의 주거지와 대법원 근무 당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변호사 사무실에 대해서도 검찰이 이미 손에 넣은 '비선진료' 관련 문건 1건만 확보하라며 사실상 압수수색을 불허했다. 이번 구속심사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한편, 검찰은 2014년 10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문제 논의 차 비서실장 공관에서 만났을 당시 배석했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19일 참고인으로 소환해 회의 참석 경위 등을 물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올해 1월 23일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조 전 수석은 구속 기간 만료로 오는 22일 자정을 기해 일단 석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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