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없는 한반도 노력 확약"…구체 행동은 文대통령이 언급
(평양·서울=연합뉴스) 평양공동취재단 김효정 기자 = "조선반도(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전세계로 생중계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육성으로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그가 국제사회가 보는 앞에서 직접 내놓은 첫 '비핵화 육성'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평양을 첫 방문한 남측 대북특사단에게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 의향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후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되는 등 그는 여러 계기에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제3자를 통해 '한 단계 건너' 전해지거나 문서에 명시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달됐을 뿐이다.
김정은 "핵무기 없는 평화의 땅 노력 확약"…남북정상 공동기자회견 / 연합뉴스 (Yonhapnews)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5월 30일 러시아 외무장관 접견)는 등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을 북한 매체가 보도한 적도 여러 차례 있지만 '라이브'로 육성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에서 신년사나 중요 행사 연설 등을 통해 드물게 공개되는 최고지도자의 '육성'은 무엇보다 확고한 권위를 가진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그의 비핵화 의지를 앞으로도 뒷받침할 가장 확실한 준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확약'이라는 등의 표현을 쓴 것에 주목하며 "김 위원장이 핵 문제 언급을 직접 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 내용 자체는 그동안 내놨던 수준보다 크게 구체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표현 자체도 북한 매체들이 지난 6일 보도한 김 위원장과 남측 특사단의 면담시 발언과 거의 같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에서 무력충돌 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며 자신의 의지라고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했다고 전했다.
이날 남북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는 ▲ 전문가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 미국의 상응조치시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등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언급됐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이 내용을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이 아닌 문 대통령이었다.
북미간에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을 직접 약속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거론하는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에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지않으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올 수 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것에 상응하게 미국으로부터의 '핵위협'도 사라져야 한다, 즉 자신들의 핵보유 이유를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포괄하는 메시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선(先) 종전선언 주장도 이런 논리에서 출발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핵억제력 보유는 "미국이 조선반도에 핵무기를 끌어들이고 우리에게 핵전쟁 위협을 가해온 데 대처한 불가피한 자위적 선택"이었다면서 "지금이라도 이러한 근원들이 제거된다면 구태여 우리가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 핵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종전선언은 조선반도에서 핵전쟁 근원을 들어내고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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