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5% 규모…노벨상 설리프 前대통령 아들·前은행장 등 15명 출금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가 발칵 뒤집혔다. 해외에서 제조된 신권 1억 달러(1천120억 원) 상당이 국내에서 옮겨지던 과정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액수는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해당하는 큰돈으로, 당국은 전직 중앙은행 행장과 부행장 등의 출국을 금지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법무부는 최근 스웨덴 지폐 제조업체에서 발행돼 자국으로 들어온 신권 160억 라이베리아 달러(미화 1억 달러)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 사기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신권은 컨테이너와 자루들에 든 채로 몬로비아 항과 로버츠국제공항을 거쳐 들어왔고, 중앙은행으로 갈 예정이었다.
법무부 측은 이 돈은 지난해 11월 도착했다며 이때는 전임 엘런 존슨 설리프 대통령의 재임 때로, 축구스타 출신인 현 조지 웨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전직 중앙은행장인 밀튼 위크스, 설리프 전 대통령의 아들로 중앙은행 부행장을 지낸 찰스 설리프 등 전직 관리를 포함해 모두 15명에 대해 출국을 금지했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이번 사건을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처음 보도한 현지 언론은 돈은 수도 몬로비아 도착 수개월 후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웨아 현 대통령 정부 하의 일이라고 전했다. 웨아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공식 취임했다.
한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을 1847년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가장 "끔찍한 미스터리"로 규정,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면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설리프 전 대통령은 2006년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취임, 두 번의 임기를 지내고 지난 1월 퇴임했다. 2011년에는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설리프 전 대통령은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상품가격 하락과 에볼라 발생 등으로 경제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고위층 부패가 겹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특히 아들 중 이번에 출국금지된 찰스를 포함해 두 아들을 정부 고위직에 등용하면서 비난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자기 아들이 자격을 충분히 갖췄고 유능하고 신뢰할 만한 인재도 부족하다며 정실인사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인구 약 500만명의 라이베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인당 GDP는 729 달러(82만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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