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의 본질·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 상무주(上無住) 가는 길 = 김홍희 글·사진.
사진가 김홍희가 전국 암자를 찾아다니면서 촬영한 풍경과 소회를 묶은 책.
책 '암자로 가는 길' 촬영을 위해 1990년대 이미 암자들을 방문한 저자는 20여년 만에 혼자 모터사이클을 타고 암자를 찾았다.
순천 송광사 불일암부터 합천 해인사 백련암, 양산 천성산 미타암, 평창 도대산 북대 미륵암 등 암자 26곳의 풍광이 흑백 사진 100여컷에 담겼다.
저자는 암자들을 둘러보면서 "갚을 것이 있는 암자는 반드시 다시 가게 된다. 이 세상에 온 이상 다 갚고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한 다시 가게 된다. 현생을 내생으로 미루지 말기. 이게 공부 아닐까"라고 읊조린다.
오랜만에 찾은 변산 내소사 지장암에서는 암자란 '아무것도 없지만 풍요롭고' '정갈함으로 풍요를 채운' 곳임을 곱씹는다.
저자는 물건과의 인연을 버려야 함을 깨닫고서는 "나 어느 날 카메라도 버리고 남은 한 자루의 펜도 버리고 더 버릴 것이 없을, 봄 나무와 봄꽃의 거름이 되듯 그러게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소에 사진을 찍는 독자라면 현장에서 같은 화각으로 암자 찍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하면서 "교과서적인 화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찍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불광출판사. 352쪽. 1만9천800원.
▲ 20세기 건축 선언과 프로그램 = 울리히 콘라츠 지음. 김호영 옮김.
2013년 세상을 떠난 독일 건축 비평가 겸 출판인인 콘라츠가 20세기 건축과 도시계획의 이념과 방법론에 관한 다양한 텍스트를 엮었다.
현대 디자인 뿌리인 바우하우스 설립 선언문 및 프로그램, 새로운 도시를 짓기 위해 로마를 불태워야 한다고 주장한 미래주의자 선언문, 디자인·회화 추상화에 기여한 데 스테일 선언문 등을 수록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발터 그로피우스,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등 20세기 손꼽히는 건축가들이 전개한 건축론 원문도 확인할 수 있다.
시대순으로 여러 선언과 프로그램을 편집한 책은 서로 다른 입장들이 어떻게 충돌하고 또 공명했는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보여준다.
마티. 352쪽. 2만 원.
▲ 재미의 본질 = 김선진 지음.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재미'를 주제로 서술한 학술서로, 출간 5년 만에 업그레이드됐다.
오랫동안 재미를 연구해온 저자는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재미있게' 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미를 이해하는 일은 개인적으로는 더 즐거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사회적으로는 더 즐겁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책은 인간이 재미를 추구하게 된 배경과 동기, 재미 개념과 범위 등을 모색하고 재미와 뇌의 관계, 재미의 활용 방안 등을 설명한다.
경성대 출판부. 474쪽. 2만2천 원.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 황주리 글·그림.
서양화가 황주리가 10년 만에 출간한 5번째 산문집.
'사람, 사랑, 삶의 모든 골목길에서 쓰고 그리다'는 부제처럼, 저자가 사랑한 사람, 가슴에 아로새긴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동생을 떠나보낸 이야기, 어머니가 직접 설계한 건물 작업실에 얽힌 추억, 세계 각국을 돌며 느낀 소회 등 다양한 내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람북. 280쪽. 1만5천500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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