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 세션스 임명 후회…WP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 표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자신이 임명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겨냥해 거침없는 분노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운영하는 '힐티비'(Hill.TV)와 인터뷰를 하고 "나는 법무장관이 없다. 그건 매우 슬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맹목적인 충성심 때문에 세션스를 법무장관으로 발탁했으나, 이제는 그 결정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는 인준 과정에서 매우 형편없었다. 쉽게 대답해야 하는 질문들에 혼란스러운 대답을 내놨다"라며 세션스 장관이 지난해 상원 인준 청문회를 겨우 통과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지지층으로부터 호평받는 법무부의 강경 이민정책과 관련해서도 "나는 국경에서도 행복하지가 않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뿐만 아니라 많은 일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라며 세션스 장관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의 허리케인 피해 지역을 방문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법무장관에게 실망했다. 여러분은 이해할 것"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세션스 장관이 작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한 수사에서 스스로 손을 떼는 '셀프 제척' 결정을 한 이후 노골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저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작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장관을 "정신박약자"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무장관이 없다"는 이날 인터뷰 발언은 세션스 장관에 대한 개인적인 배신감을 넘어 자신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불안함과 분노를 여과 없이 표현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겨냥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가 옥죄어오고, 익명의 고위 관리들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 11월 중간선거 패배 시 탄핵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까지 떠오르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충성심 깊은 측근들은 과연 행정부 내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초조해 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WP에 전했다.
그러나 법무장관이 대통령 개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식의 공개적인 분노 표출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임명됐던 전직 검사 조이스 밴스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장관이 아니라 법률고문을 원하는 것 같다"면서 "법무장관은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인들을 지키는 자리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세션스 장관은 이날 일리노이 주에서 경찰관들과 만나 "트럼프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우리는 경찰과 법집행을 다시 존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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