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결산] 남북정상 첫 비핵화 논의…북미대화 중재역 부각

입력 2018-09-20 16:26   수정 2018-09-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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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회담결산] 남북정상 첫 비핵화 논의…북미대화 중재역 부각
북미 대화 연결 목표 달성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 의제로 올려
핵신고 포함 전체로드맵 작성·보유핵 처리 등은 숙제로 남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성과 중 하나는 비핵화를 고리로 한 북미대화 중재라고 할 수 있다.
19일 발표된 남북 정상의 평양 공동선언에 따르면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거기에 더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동선언 서명 직후 대 언론 발표를 통해 "조선반도(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며 비핵화 의지를 처음 '육성'으로 밝혔다.
이런 내용이 전 세계에 타전된 지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영 입장을 밝혔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과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북미 실무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종전선언과 핵 신고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북미대화가 교착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고, 결국 북미대화 재개를 끌어낸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대화 사상 남북 정상이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을 논의한 첫 사례로 남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북핵 위협의 최우선 당사자임에도 그간 우리 정부는 북핵 6자회담 등 다자회담 외에 남북대화에서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 '미국의 위협과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었기에 핵 문제는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 시종 북한의 기조였기 때문이다. 핵을 포함한 안보 문제는 미국과 논의하고 남북 간에는 교류·협력을 논의한다는 북한의 '프레임'을 좀처럼 깨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양 정상이 비핵화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고, 북한의 진전된 공약을 끌어내는 성과까지 거뒀다. 한반도 안보 문제의 최우선 당사자인 남북이 비핵화 방안을 실질적으로 논의한 것은 중요한 선례로 남을 수 있을 전망이다.
비핵화와 관련해 합의한 실질적 내용도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미사일 엔진 실험장, 발사대 등의 폐기와 함께 그 과정을 국제 전문가들이 참관하도록 한 것은 비핵화 검증을 위한 사찰단 수용으로 가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북한 핵무기 개발의 '심장'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 의제로 끌어올린 것은 '미래 핵' 억제 측면에서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한다. 북한이 지난 5월 단행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북한 미래 핵 무력의 '질적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면 플루토늄 생산기반인 영변 핵시설 폐기는 '양적 성장'을 차단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20일 "미사일 시험 발사장 외부 전문가 입회 하 폐기 약속은 비핵화 관련 진전된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긍정적이다"면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 언급도 평가할 수 있는바, 미북 간 비핵화 대화를 개시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 부장은 이어 "영변 핵시설은 상당히 노후화했지만, 원심분리기 시설과 원심분리기 가동 필수연료인 4불화 우라늄과 6불화 우라늄 생산시설, 경수로 등이 있어, 여전히 북한 핵프로그램의 핵심적 주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반면 비핵화 성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영변 핵시설이 갖는 상징성은 크지만 이미 두 자릿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현재 핵'(보유핵)은 건드리지 않았고 핵 리스트 신고와 관련한 명시적 약속을 받지 못한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또 북한의 핵무기 원료 생산 루트가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으로 다변화한 상황에서 영변 밖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을 함께 폐기하지 않는다면 영변 핵시설 폐기가 갖는 의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전제한 뒤 "합의문 외에 북미교섭을 위해 공개하지 않고 남겨 둔 내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나 신고와 검증을 포함하는 최종 핵 폐기까지의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거기서 실질적 진전이 없었기에 앞으로 협상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풀영상] 남북정상회담 서명식부터 공동기자회견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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