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 유리해져…韓 등, 공급망탓 中 흔들리면 타격"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장벽을 쌓는 사이 아시아와 유럽, 북미 수출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것이 보통 시각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승자 찾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을 전했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나머지 국가들에는 긍정적인 무역 충격과 같다"며 "중국 외에서 들어온 수입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갑자기 싸게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이에 따라 유리해지는 국가로 멕시코를 꼽았으며 그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캐나다와 유로존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미국에 1천470억달러(약 165조원) 규모의 전자·기계류를 수출했다. 이 카테고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품목들이 포함돼 있다.
멕시코의 이 분야 대미 수출액은 620억달러로 중국보다 훨씬 적어 중국의 수출이 주춤한 사이 증가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공략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도 다른 수출국들이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키스 웨이드 슈로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과 일본 기업들이 자동차, 항공기, 화학제품 등을 수출해온 미국 기업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가브리엘 펠버마이르 독일 싱크탱크 이포(Ifo)경제연구소 국제연구센터장은 독일의 소기업 등 유럽이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관세 외 측면에서도 다른 국가들이 어부지리를 취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헐의 귄트람 볼프 소장은 미국과 관세 공격을 주고받기에는 실탄이 부족한 중국이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접근과 인수합병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유럽 기업들에 시장 접근을 허용할 의지를 늘린다면 (유럽 기업들에)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중 관세전쟁의 장기적 영향을 단편적으로 따져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중국이 국제 공급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수출이 흔들리면 다른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웨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행 중국 수출품의 부가가치에서 45%는 중국 외 국가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다른 나라가 타격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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