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퓨마는 온순한 동물?…'뽀롱이' 사건이 빚은 오해

입력 2018-09-20 17:34  

[팩트체크] 퓨마는 온순한 동물?…'뽀롱이' 사건이 빚은 오해
퓨마로 인한 인명피해 잦아…올해 북미서 2명 퓨마에 물려 사망
전문가 "온순한 동물도 흥분하면 위험…현장 판단 이해돼"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18일 대전오월드 사육장을 빠져나간 퓨마 '뽀롱이'가 끝내 사살되자 비난 여론이 거세다.
퓨마 사살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온순하게 있던 퓨마를 왜 사살하느냐", "새끼가 있어 멀리 가지도 못하고 공격성도 없어 보이는데 죽일 필요까지 있느냐"와 같은 내용의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이에 오월드를 관리 감독하는 대전도시공사는 "날이 어두워져 수색이 쉽지 않은 데다 마취 상태에서 깬 퓨마가 공격성을 강하게 보여 매뉴얼에 따라 사살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 결과나 특수한 사례를 보면 퓨마가 다른 맹수에 비해 온순한 동물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캠퍼스의 연구자들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29차례에 걸쳐 퓨마 17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은 퓨마들이 사냥감으로 배를 채우는 장소 주변에 오디오 장치를 설치한 뒤 이들이 다가오면 사람 소리를 내보냈는데, 퓨마가 이 소리를 듣자마자 달아난 경우가 전체의 83%에 달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캘리포니아대 조교수 크리스 윌머스는 머큐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퓨마는 우리가 그들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람을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는 퓨마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커플도 있다. 이 커플은 동물원에서 입양한 퓨마와 함께 소파에 누워있거나 산책을 하는 등 일상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는데, 팔로워 수가 45만명 이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만으로 퓨마가 위험한 동물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미국에는 서부를 중심으로 약 3만마리의 퓨마가 서식하는데, 퓨마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워싱턴주 어류야생동물부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북미에서 퓨마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125건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는 올해 2건을 포함해 27건이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뽀롱이 사살 사건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모든 동물에 공격성이 내재돼 있는 만큼 현장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 많다.
한 공공동물원 수의사는 "자신의 영역 안에 다른 개체가 들어오거나 신체에 위협이 가해지면 온순했던 동물이라도 공격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수의사는 "퓨마가 이미 마취 주사를 한 번 맞아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느꼈을 텐데, (추격하던) 개들이 짖어대는 등 쫓긴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공공동물원 관계자도 "적절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지금보다 문제가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처음에 마취약 용량을 제대로 맞췄더라면 포획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외국 동물원은 주기적으로 동물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해 체중을 파악하기 때문에 다급한 상황에서도 투약 용량 등을 정밀히 정할 수 있는데 우리는 아직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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