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외무, '로힝야 학살' 침묵하는 아웅산 수치 압박

입력 2018-09-21 00:20   수정 2018-09-21 09:18

英외무, '로힝야 학살' 침묵하는 아웅산 수치 압박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학살 책임자를 국제법정에 세우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이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자문역을 겨냥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20일(현지시간) 미얀마를 방문한 헌트 장관은 수도 네피도에서 수치 자문역을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사회가 (로힝야족 문제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을 버마(미얀마의 옛 명칭)는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치 자문역과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미얀마 정부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세계가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헌트 장관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는 "잔혹행위 책임자가 숨을 곳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고,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서는 로힝야족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로 이첩하는 방법도 동원할 수 있다고 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 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군과 정부는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반군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이런 주장을 근거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반인도범죄 등이 자행됐다며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으며, 유엔이 구성한 진상조사단의 활동을 막고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헌트 장관의 미얀마 방문은 유엔 진상조사단이 최종보고서에서 이 사건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ICC 검사장이 사법관할권을 행사해 예비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뤄졌다. 그는 이틀간의 짧은 미얀마 방문 중 학살 현장인 라카인주도 방문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수치와의 면담에서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하다 체포돼 중형을 받은 2명의 로이터 통신 기자 문제도 거론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함정수사 논란에도 기자들이 징역 7년형의 중형을 받은 데 대해 '정당한 판결'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수치는 그러나 이날은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헌트 장관이 전했다.
[로이터제공]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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