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있어도 밥 못 먹는 노인 많아"…복지사각 지대 지적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남 돕는 게 쉬운 게 아니야. 비싼 거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남 돕는 거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 못하는 거야."
인천이 고향인 김춘선(76)씨는 매일 오전 7∼8시가 되면 어김없이 수레를 끌고 집을 나선다.
주민들이 버린 폐지·고철을 모은 뒤 재활용센터에 팔아 번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다.
그는 매년 10㎏짜리 쌀 80포를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한다. 지난 25년간 기부한 쌀만 2천 포에 달한다.
기부된 쌀은 지역 내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된다. 주로 생계가 어렵지만, 연락이 두절된 자녀들 때문에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 등이 대상이다.
김씨는 26일 "동네 돌아다니다 보면 어려운 사람이 참 많다. 밥도 못 먹는 사람도 부지기수"라며 "요즘 세상이 이런 어려운 사람이 있는 것은 대통령도 모른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이 많은 점을 지적했다.
20대부터 30여년간 고물상을 운영한 그는 일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많이 목격했다.
밥벌이하고 자녀 둘을 키우는 데도 벅찼지만, 위기에 놓인 이웃들을 외면할 수 없어 주머니를 턴 돈 만큼 라면·쌀을 사 기부하기 시작했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해 고물상 일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됐지만, 이웃을 돕는 일은 그만둘 수 없었다.
수레를 하나 장만해 폐지·고철을 모아 팔기 시작했다.
이틀간 수레가 가득 찰 정도로 폐지·고철(200㎏)을 모으면 주어지는 돈은 단돈 1만원.
1년간 180만원가량을 벌지만 쌀 80포(220만∼240만원)를 사기에는 부족하기에 기꺼이 사비를 보탠다.
이웃 돕기에 열중하다 보니 주민이 잠시 밖에 내놓은 냉장고를 고철로 착각해 팔았다가 새 냉장고를 보상하는 '웃지 못할 일'도 겪었다.
한 주민은 "김씨의 별명은 '300원 냉장고 아저씨'다. 골목에 있던 냉장고를 고철로 팔아 300원 벌고 냉장고 주인 항의를 받아 80만원짜리 새 냉장고를 물어냈다"며 "이웃들은 김씨가 바보스럽다고 하지만 이웃 돕는 마음을 몰라 하는 소리"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여름 최고온도가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그는 폐지·고철 수집을 하루도 쉬지 않았다.
변함없는 이웃 사랑 실천 덕택에 2016년에는 '모범 선행 시민'으로 선정돼 인천시장 표창을 받았다.
김씨는 "힘닿는 데까지 폐지·고철 수집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나로 인해) 이웃을 돕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의 이웃 돕기를 지원하는 사람이 생기면 더 좋겠다"며 소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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