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 시험대 제주' 예멘인 신청자들 어떻게 결정될까

입력 2018-09-25 13:00  

'난민 수용 시험대 제주' 예멘인 신청자들 어떻게 결정될까
출도제한 조처로 갈등 빚어져…난민 인권보호 vs 도민안전 논쟁
23명 인도적 체류 결정, 내달 신청자 모두 최종 결론…결과 관심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올해 초 5개월 만에 제주에 중동 국가의 예멘인들이 난민신청을 위해 539명이나 몰려들었다.
난민수용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들끓었고, 난민 인정심사와 체류 대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이들 외국인에 대해 제주 외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하도록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져 혼란은 더욱 커졌다.
난민신청자가 체류 기간에 내국인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등 프로그램 개발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5일에는 올해 제주에 와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중 23명이 1차로 1년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나머지 예멘인 461명에 대해서도 심사 절차가 막바지에 달해 결과는 내달 중 나올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난민법이 시행되는 우리나라에 앞으로도 많은 난민신청자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무사증(무비자) 지역인 데다 국제 관광지로서 항공·해상 교통 접근성이 좋은 제주도에는 이런 상황이 반복될 여지는 충분하다.
난민심사나 체류 대책, 공존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이번 예멘인들로 인해 제주에서 빚어진 혼란과 갈등을 되짚어봤다.



◇ 예멘인이 제주에 왜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에 있는 국가인 예멘이 내전에 휩싸이자 일부 국민이 고향을 등지고 유럽과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 등으로 떠났다.
제주 등 국내에는 2016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2년간은 총 40명이 난민신청을 했고 이 중 14명이 난민인정을 받았다. 18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5월 말까지 입국자가 5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대부분 제주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직항 항공편으로 찾아왔다. 같은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에서 장기 체류하다가 체류 기간이 지나자 제주로 눈을 돌렸다.
한국에서는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데다 제주가 무사증(무비자) 지역이어서 제주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난민신청을 하면 심사결과 불허되더라도 소송할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지금은 예멘이 6월 1일을 기점으로 무사증 입국 불허지역으로 지정돼 더는 무사증 입국할 수 없는 상태다.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 대표는 "지난해 말 이곳에 와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제주가 안전한 지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올해 여러 사람이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난민 찬반 논쟁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나라인 예멘 국민 수백명이 단기간에 제주에 몰려오자 난민수용 여부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찬성 측에서는 난민법상 허용 기준이 맞는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불법 취업을 노린 '가짜 난민'을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범죄와 테러의 위험도 크다고 맞서고 있다.
바른나라세우기국민운동 제주지부 등 도내 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의 이향 사무총장은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지나친 혜택 부여와 무사증 제도로 편법 난민신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본래 취지에 맞게 난민법을 개정해 불법 난민 사태를 해결하고 제주를 안전한 관광도시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소장은 "난민 혐오 주장은 오히려 평화의 섬 제주를 모욕하고 지역 분란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예멘 난민을 이웃으로 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난민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우리도 그랬든 그들도 전쟁을 피해 살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며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실정을 염두에 뒀을 때는 난민인정에 대해 좀 더 수용적이어야 한다는 학계 주장도 있다.
지난 15일 제주대에서 열린 한국입법정책학회 등의 '평화와 인권의 섬, 제주' 주제 토론회에서는 "전 세계 평균 난민인정률이 38%인데 반해 한국은 인정 비율이 지난해 기준 2%에 머물고 있다"는 연구결과 발표가 있었다.
"난민 관련 유럽 인권법원 판결과 비교하면 국내 판결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수준"이라며 "외국인도 생명권, 신체의 자유 등 절대적인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제주의 예멘인 사태로 난민신청을 위해 입국한 외국인에 대한 미흡한 정부대응이 드러나기도 했다.


◇ 공존의 길 찾아야
예멘인들이 대거 제주도로 입국하자 법무부는 지난 4월 30일 그들이 제주 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했다.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으면 국내에서는 이동이 가능하나 관리 등의 이유로 출도 제한 조처를 내린 것이다.
그러자 이슬람 등 외국인 공동체가 잘 형성된 국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 도움을 받으려던 예멘인들이 제주에 발이 묶이게 됐다.
출도 제한 조처 후 5월 말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예멘인들은 돈이 떨어지자 길거리에 나앉기 시작했다.
현재는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도움 등으로 노숙 생활을 하는 예멘인은 없다. 그러나 당시에는 예멘인에 익숙하지 않은 도민들이 범죄 발생 등을 우려하는 등 혼란이 생겼다.
제주에 예멘인 등 난민신청자들이 집단으로 생활하고 동시에 정부가 이들을 관리할만한 외국인지원센터 등이 없다는 점도 불거졌다.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 김상훈 국장은 "출도 제한 조처가 없었다면 제주에 온 예멘인들이 이슬람 공동체가 있는 다른 지역에서 구직 등의 도움을 받아 체류하면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도 제한은 예멘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한정적인 공간인 제주에 묶어두기 위한 술책이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난민신청자에 대한 체류 지원도 개선이 필요했다.
예멘인들이 생활비와 주거비를 벌 수 있도록 요식업과 1차산업 부문에 취업을 알선해 줬다.
지난 6월 임시 취업 소개를 시작한 초기에는 380명이 넘던 예멘인 취업자가 한 달여 만인 지난 7월부터는 230명 이하로 줄었다.
1차산업 분야 일에 서툴고 한국과는 문화가 달라 사업장에서 잦은 마찰이 생겼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일을 더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 그로 인해 절반 이상이 해고되거나 스스로 일을 그만뒀다.
이런 와중에도 예멘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도민들도 적지 않다.
예멘인 가족에게 숙식을 제공해주거나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지원의 경우 시민단체와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방정부의 경우 일자리 현황을 잘 알고 있으며 인권 관련 시민단체 등에서는 적극적으로 난민신청자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 인권단체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외국인 난민신청자들이 제주 등 국내에 올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상호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외국인 숙소와 관리 시설 확보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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