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진료권·만화방 이용권…"연휴에도 헌혈의 집 문 열어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윤태현 김소연 한무선 기자 = 올해 폭염과 태풍 등 '헌혈 악재'가 이어진 가운데 추석 연휴 기간 등에 헌혈자가 감소할 가능성에 대비해 전국 혈액원들이 이색마케팅으로 '헌혈자 모시기'에 나섰다.
23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0시 기준 전국 혈액원 15곳 평균 혈액보유량(적혈구제제)은 4.5일분(2만3천548 유닛)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관심(5일 미만), 주의(3일 미만), 경계(2일 미만), 심각(1일 미만) 등 혈액수급위기단계 4단계 가운데 '관심'에 해당하는 수치로 혈액수급 부족 징후를 보인다.
혈액보유량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4가지 혈액형 중 A형이 3.7일분으로 가장 적었으며 O형이 3.9일분, AB형이 4.8일분이다.
B형은 6일분이 쌓여 혈액형 중 유일하게 수급이 안정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최근 혈액보유량은 증가할 조짐이지만 각 지역 혈액원들은 올해 여름철 폭염·태풍 등 헌혈 악재가 이어져 헌혈자가 급감했던 점을 들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고온도가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7∼8월 전국 평균 혈액보유량은 5일분(2만6천여 유닛)에서 3일분(1만5천여 유닛)까지 감소했다.
8월 하순∼9월 초순에는 태풍 '솔릭'이 전국을 강타하고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9월 1∼8일 혈액보유량은 일주일가량 3일분에 머물며 좀처럼 늘지 않았다.
대전혈액원 관계자는 "올해는 폭염과 물난리 등 날씨 영향으로 혈액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군부대에 헌혈을 받으러 가면 인근 수해 현장에 장병들이 지원을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 전보다 헌혈량이 줄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9월 중순 헌혈 악재에서 겨우 벗어난 전국 혈액원들은 5일간의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헌혈자 감소를 우려, 적극적인 헌혈 마케팅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문화상품권 등 틀에 박힌 기념품 대신 독특하고 실용적인 기념품을 제공하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중앙혈액원은 이달 3∼30일 4주간 전혈·혈소판 헌혈자를 대상으로 블루투스 키보드·이어폰, 여행용 파우치, 영화관람권을 준다.
서울동부혈액원은 6월 1일∼12월 31일까지 광화문·대학로 센터에서 헌혈한 시민에게 무료 스케일링 서비스를 한다.
부산혈액원은 광복·남포센터를 방문한 생애 첫 헌혈자들에게 사진관 무료 프로필 촬영권을 제공한다.
강원혈액원은 7월 18일∼12월 31일 모든 헌혈자에게 프로축구 강원 FC 경기 입장권을 50% 할인해준다.
전북혈액원은 군산대 센터 헌혈자들에게 만화카페를 평일 1시간씩 10일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현재 혈액보유량은 보통 수준에 가깝지만, (헌혈자가 감소하는)연휴에 대비, 헌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은 토요일로 휴무일이지만 대구·경북 11개 혈액원 대부분 문을 열었다. 다른 지역 혈액원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헌혈자를 유도하고자 기념품 선호도를 파악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며 "추석 연휴 기간 혈액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각 지역 혈액원과 긴밀히 협조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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