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쇼로 전락한 현 대법관 인준절차에 대한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의회 인준이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비롯해 보수, 진보 간의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법원이 당분간 낙태와 사회적 약자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과 같은 정치적 성격의 사안을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법조계 인사들이 전망했다.
20일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법조계 인사들은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을 계기로 대법원이 전례 없는 정치적 공방에 휩싸이면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법원의 비(非)정치화에 주력, 정치적 쟁점 사안들을 '보다 천천히' 다루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캐버노 지명자의 의회 인준은 고교시절 성폭행 시도 의혹을 비롯, 법률가로서 그의 자질과 행적을 둘러싸고 부정적 소문이 난무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으며 민주, 공화 의원들 간에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워싱턴 DC 소재 법률회사 '깁슨 던'의 파트너 니콜 사하스키 변호사는 한 법률토론회에서 "향후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 과정에 따라 대법원이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사안을 보다 천천히 다룰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임명된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비정치화를 강조해왔다.
조지타운대 대법원연구소의 어브 곤스타인 소장은 로버츠 대법원장이 법원은 공정하고, 비정파적이며 정치가 아닌 법률적 견해에 근거해 법적 문제들을 판단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져왔음을 지적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그러나 '5(공화 지명 판사)-4(민주 지명 판사)'의 판결이 빈발할 경우 자신의 이러한 (법원의 비정치화) 개념이 파괴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곤스타인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로버츠 대법원장이 '대법원이 일반의 신뢰를 잃고 단지 또 다른 정파적 기관으로 간주되던 시기의' 수장으로서 기억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현재의 대법관 인준절차에 대해서도 법조계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임명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는 현재의 인준절차를 '고도의 당파적 쇼'라고 비판하면서 자신과 작고한 전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 함께 임명된 스티븐 브라이어 판사 등이 상원에서 압도적 다수로 인준됐던 데 비해 지금의 상황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원 법사위 소속인 존 케네디 의원(공화, 루이지애나)도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절차를 '우주의 괴기 쇼'에 비유하면서 당초 건국자들이 의도한 바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인준청문회에 240여 회에 달하는 항의가 제기된 데다 민주당이 비밀문서를 공개하는 등 파행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캐버노 판사가 연방대법관에 지명되기 전에도 이미 유권자들 대다수는 대법원의 판결이 법률보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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