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유가 속 OPEC·러시아 증산타진 대책회의

입력 2018-09-21 11:48  

치솟는 국제유가 속 OPEC·러시아 증산타진 대책회의
주요 의제는 대이란제재·트럼프 입김·무역전쟁 등 여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가 수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국제유가를 조절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들 집단은 오는 23일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회동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미국 중간선거 여파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일단 미국의 대이란제재에 따라 증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따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일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산 석유의 판로를 막는 제재를 11월부터 복원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과 석유를 거래하면 함께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미 다수 국가가 이란과의 거래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는 이란의 석유 공급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추산이 분분해 다른 산유국들이 골머리를 앓는다고 보도했다.
호세인 카젬푸르 아르데빌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재 이란 대표는 이란이 종전과 거의 비슷한 하루 21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란이 8월 들어 4월보다 하루 50만 배럴이 줄어든 19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고 다른 수치가 제시했다.
WSJ는 OPEC이 이란의 석유 공급량 감소를 메울 역량이 무한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IEA에 따르면 OPEC이 필요시 90일 안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생산여력(spare capacity)은 8월 현재 하루 269만 배럴로 4월보다 78만 배럴 감소했다.
생산 여력의 규모는 석유 공급에 기습적으로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러시아와 OPEC이 알제 회의에서 다룰 또 다른 의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하원 의원들을 대거 교체하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유가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WSJ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석유를 많이 사용하는 미국에서 유가는 거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고유가를 지목하며 OPEC에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중동국가들을 보호해 그들은 우리 없이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그들은 계속 점점 더 높이 유가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독점체제인 OPEC는 당장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압박뿐만 아니라 미국이 일으키고 있는 통상갈등도 세계 경제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유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하는 OPEC의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의 수요와 공급에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자기 취향에 안 맞으면 또 다른 트윗을 날릴 것으로 예상한다"이라고 말했다.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페리 장관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 상승을 막을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OPEC와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산유국 집단은 2년 전 미국의 셰일오일 붐으로 유가가 떨어졌을 때부터 만나 의견을 나누고 생산을 조율하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 속에 약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32달러 하락한 70.80달러에,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11월물 브렌트유는 0.7달러 내린 78.70달러에 마감됐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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