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 주택공급 확대 긍정적…신도시 입지가 관건"

입력 2018-09-21 15:05   수정 2018-09-21 17:46

전문가 "정부 주택공급 확대 긍정적…신도시 입지가 관건"
수요 규제 이어 공급 확대 정책에 단기 집값 안정될 듯
"신도시 일자리 있어야 집값 안정 효과…용도지역 상향도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고은지 기자 = 정부가 21일 '3기 신도시' 4∼5곳을 포함해 수도권에 30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도권 내 공급 의지를 확실히 밝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 인근 지역의 신도시 공급 방침은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꾼들이 집을 사서 오르는 것"이라는 기존의 정부 판단을 수정한 것이어서 향후 주택정책 방향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이번에 정부가 도시와 인근 지역에 대한 공급 가능성을 모색했고 3기 신도시 개발로 대규모 공급 가능성도 검토했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정책을 내놨다"며 "정부가 이제 수요 억제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공급에도 신경을 쓴다는 사인을 주는 것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9·13부동산 대책에 이어 9·21 공급대책까지 발표됨에 따라 뜨겁게 달아오른 서울 집값이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시장 안정에 3대 변수로 작용하는 공급, 세금, 대출규제 등이 잇달아 발표된 상황"이라며 "주택 가격은 장기 펀더멘탈에 의해 결정되는데 3기 신도시 건설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서울의 주택수요를 일부 흡수하면서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책임연구위원도 "입지여건이 좋은 곳에 주택이 공급된다면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택시장은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학교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자나 주택 구매 희망자들이 당장 매수 행렬에 들어서기보다는 대기수요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그렇다고 집값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 같고 강보합세 정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도시의 경우 지구지정과 보상 등 개발 절차가 오래 걸려 주택이 당장 적기에 공급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주택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도시 지정부터 입주까지 최소 7∼8년은 소요되는데 20만가구를 짓는다 한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되레 수도권은 공급 과잉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는 "공급대책은 실제 분양이 되기까지 시차가 있어서 좀 더 빨리 나왔어야 했다"며 "주택 가격이 너무 오른 상태에서 나와서 집값 잡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서울에서 이렇다 할 공급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1차로 서울에서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에서 1만가구 정도를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2만5천가구 정도를 서울 그린벨트나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서울시는 여전히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선 좀 더 구체적인 안이 나왔어야 했는데 정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일정에 쫓기다 못해 설익은 대책을 발표한 느낌"이라며 "서울의 대기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급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도곡PWM 이남수 PB팀장은 "성동구치소는 부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수요자들이 선호할지 의문"이라며 "서울 핵심지역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급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앞으로 공개될 '3기 신도시'의 입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3기 신도시 후보지로는 광명 시흥, 하남 감일, 안양 박달테크노밸리 조성사업, 고양시 장항동 일대 등이 거론된다. 남양주와 김포시의 그린벨트 등지도 신도시 건설이 가능하다.
정부는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택지를 활용한다는 방침인데 서울 주택수요를 흡수하면서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땅은 제한적이다.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김현수 교수는 "1기 신도시 때는 대규모 택지만 공급하면 사람이 모였지만 지금은 일자리가 핵심"이라며 "마곡이나 성수·판교처럼 신성장동력을 갖춘 일자리가 함께 공급돼야 신도시로서 기능을 하고, 집값 안정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의 2기 신도시 공급 때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6∼7%에 달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른 저성장 시기"라며 "일자리는 서울, 그것도 강남에 몰려있는데 공급은 다른 곳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서울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내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의 용적률만 상향할 것이 아니라 일반주거지역 내에서도 용적률 상향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예컨대 현재 서울의 경우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가 7∼12층으로 제한되는데 층고 제한이 필요 없는 곳은 층수를 높이거나 3종으로 상향해주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일반주거지, 전용주거지역도 밀도를 높일 수 있으면 종상향 등을 통해서 바꿔줘야 한다"며 "과거에 서울시가 만든 용도지역 세분화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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