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고기, 홍어찜, 카스텔라까지…지역별 차례상도 제각각

입력 2018-09-24 07:12  

상어고기, 홍어찜, 카스텔라까지…지역별 차례상도 제각각
특산물 활용 음식이 주류, 애플망고 등 수입 열대과일도 상 위로

(전국종합=연합뉴스) 제주에서는 차례상에 카스텔라나 롤케이크 등 빵을 올리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차례상이 현대화되고 제사상에 치킨이나 커피 등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지만, 제주에서 차례상에 빵류를 올리는 건 보편적인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절날 일가친척 집에 방문할 때 빵을 사 들고 가는 사람도 많다.
제주에서 차례상에 빵을 올리게 된 유래는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 땅이 척박하고 논농사가 거의 되지 않는 데다가 섬 지역이다 보니 외부와의 교류도 어려워 쌀이 귀하던 제주에서 쌀로 만든 떡이나 한과류 대신 보리빵과 비슷한 '상외떡'등을 차례상에 올리던 문화가 빵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찹쌀가루를 반죽해 테두리가 톱니바퀴 모양인 둥근 떡본으로 찍어낸 뒤 기름에 지진 '기름떡', 메밀가루를 물에 개어 둥글게 부친 뒤 무 숙채를 넣어 돌돌 만 '빙떡', 제주를 대표하는 생선 중 하나인 옥돔구이 등도 차례상에 오른다.



광주·전남에서는 목포, 신안을 중심으로 차례상에 홍어찜이 올라온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흑산 홍어가 최상품으로 꼽히며, 차례상에는 주로 많이 삭히지 않은 홍어를 사용한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홍어를 양념장을 두르고 쪄낸 뒤 고명을 얹어 상에 올린다.
진도에서는 김을 차례상에 올리는 집이 많다. 흑산도에서는 홍어와 함께 많이 잡히는 우럭이, 무안에서는 병어가 차례상에 넉넉히 올라온다.
평야가 많은 전남 일대에서는 예로부터 다양한 재료로 만든 화려한 모양의 떡도 차례상에 함께 올린다. 멥쌀가루에 모싯잎을 넣어 소화를 돕고 쉽게 상하지 않는 모싯잎송편과 쑥, 포도즙, 오미자즙 등 천연 재료로 색을 내 반죽한 꽃송편 등이 대표적이다.



대구·경북 지역 차례상에는 문어나 돔배기(토막 낸 상어고기)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문어는 비교적 생명력이 강해 교통여건이 나쁜 옛날에도 경북 내륙까지 산 채로 수송할 수 있었다. 문어를 삶으면 쫄깃한 데다가 고소한 맛이 나 대구·경북지역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문어는 글월 문(文)자가 들어간 연체동물이어서 학문을 숭상한 조선시대 양반들이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돔배기 역시 상어고기를 쓰지 않는 다른 지역에선 무척 신기해하는 음식이다.
언제부터 돔배기가 차례상에 올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산 임당동 고분이나 대구 불로동 고분에서 상어뼈가 출토돼 삼국시대부터 내륙에서도 상어고기를 식용했다고 본다.
돔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어를 토막 내고 소금을 친 뒤 숙성을 거쳐야 한다. 상어 종류나 해동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다.
찌거나 구운 돔배기는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함으로 인기를 끈다. 산적이나 무·두부 등과 함께 끓여 국 형태로 차례상에 올린다.



4면이 산인 충북의 차례상에는 생선류가 거의 없다. 대신 전과 부침류가 주로 오른다. 제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날배추와 메밀반죽으로 부치는 배추전이 눈에 띈다.
통째로 삶아낸 닭 위에 달걀 지단을 얹는 '계적'도 독특한 차례상 음식이다. 원래 꿩고기를 올렸는데 여의치 않자 닭고기로 대신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충북은 충남, 경기, 강원, 경북 등 다른 지역에 둘러싸여 있어 접경 지역은 인접한 도(道)의 차례 풍습이 혼재된 것도 특징이다.
서산 등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는 우럭이 많이 잡혀 차례상에 우럭포를 올린다.




산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나물, 감자 등 뿌리채소를 이용한 음식들이 차례상에 많이 올라간다. 감자전, 무적, 배추적이 대표적이다.
평창에서는 특산물인 메밀로 만든 요리를 빠뜨리지 않는다. 실파를 넣어 담백하게 만든 메밀전과 묽은 메밀 반죽에 소를 넣고 말아 구운 메밀총떡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차례상 음식이다.
투박한 손도장 모양과 쫄깃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는 감자송편과 도토리송편 또한 강원도의 특색 있는 차례 음식이다.
대구·경북과 마찬가지로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도 차례상에 삶은 문어가 올라간다. 명태, 가자미 등을 찌고 그 위에 살짝 데친 문어를 잘 펴서 통째로 차례상에 올리는 전통도 있다.
생선전으로는 주로 명태전을 올리고, 그 외에도 대구전, 고구마전, 녹두빈대전을 올리기도 한다.
남북한 차례상도 비슷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차례상에 신주와 초를 놓지 않는다. 대신 귀신을 물리친다는 수수와 팥으로 만든 음식은 상에 올리고, 송편도 성인 주먹만큼 크게 빚는다.
과일은 깎지 않고, 사탕과 과자도 차례상에 올리는 점이 남한과 다르다.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사과나 배 등 차례상에 어김없이 오르는 과일 외에 애플망고, 키위, 파인애플, 바나나가 오른다. 제주에서는 감귤과 함께 레드향·황금향 등 다양한 귤 종류가 차례상에 등장한다.
제주문화원이 발간한 '제주생활문화 100년'을 보면 2014년 4월 제주에 5년 이상 거주한 성인 301명을 표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새로운 열대과일들을 올려도 되는지 물은 결과 좋다는 의견은 49%, 좋지 않다는 의견은 41%였다.
이 책에서는 "여러 열대과일을 올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20대(68%)와 30대(64%)에서 많이 나와 앞으로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대성 양지웅 전창해 김소연 장아름 전지혜 기자)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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