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관리사 자격증 취득…"도박은 질병이지만 회복할 수 있어"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도박 중독으로 가족과 직장 등을 잃었던 40대가 신용관리사로 거듭나 도박중독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에서 인턴으로 4년째 일하는 김종수(가명) 씨.
김씨가 센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도박중독자였던 2014년이다.
그는 도박에 손을 대기 전까지 동기 중 가장 승진을 먼저 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었다.
2003년 불법 스포츠토토에 손을 댔던 게 화근이었다.
직장 야구팀을 창단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승패에 돈을 걸고 경기를 보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돈을 잃더라도 '다음에 따면 된다'는 생각으로 도박에 빠졌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느라 마이너스 통장 대출에 퇴직금 담보대출 등 금융권 대출의 한도까지 돈을 빌렸다.
결국엔 사채까지 손을 댔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개인 회생을 받고도 또다시 불법 도박을 했고, 결국엔 단란한 가정도 깨졌다.
빚 독촉이 이어지면서, 직장마저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그는 공무원 생활까지 그만뒀다.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다 2015년 3월 대전센터 '도박 회복자 인턴'에 지원해 일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김씨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센터에서 도박중독자들을 만나 상담하면서, 신용상담사와 국가공인신용관리사 등 자격증을 땄다.
사이버대학에 입학, 상담심리학과와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가족과도 다시 만나게 됐다.
김씨는 "센터에서 인턴으로 도박중독자들을 만나다 보니 더 전문적으로 조언해 주고 싶어 자격증을 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박중독자를 도와주려면 그 사람의 내면과 성장 과정, 사회적 배경 등을 이해해야 한다"며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최근 센터에서 도박중독자를 상대로 한 재정·법률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도박중독자였던 경험을 살려 설명하다 보니, 강의를 듣는 중독자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김씨는 "저 자신 역시 아직도 도박 중독 회복 중이며, 하루하루 성장해 가고 있음에 감사하다"며 "회복자들은 도박중독자를 잘 알기 때문에 상담에 용이하므로, 저처럼 회복자 인턴 기회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 역시 도박으로 모든 걸 잃었다가 터닝포인트를 만났다"며 "도박은 질병이지만, 분명히 회복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절망하지 말고 희망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도박중독자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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