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한농·동화청과, 동부팜에 부당 지원해 시장 퇴출 면케해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옛 동부그룹(현 DB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퇴출 위기에 빠진 다른 계열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했던 사실이 적발돼 억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팜한농·동화청과·동부팜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9천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팜한농 2억2천500만원, 동화청과 1억800만원, 동부팜 1억6천만원 등이다.
팜한농과 동화청과는 2012년 1월∼2016년 2월 4년간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거나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동부팜에 총 567억2천만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팜한농은 동부그룹의 농업사업 부문 대표 회사였다. 농업부문 수직 계열화를 위해 2011년에는 농산물 도매시장법인인 동화청과를, 2012년에는 농산물 생산·유통회사인 동부팜을 각각 인수했다.
동부팜은 팜한농에 인수된 그해 거래처를 잃어 연간 매출액이 전년의 절반 수준인 327억원으로 급감한 데다가 재무상태 부실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도 없어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팜한농은 그해 다섯 차례 담보 없이 신용으로 동부팜에 77억원을 5%대 금리로 빌려줬다. 2014년 5월∼2016년 2월에는 22회에 걸쳐 동부팜이 발행한 310억2천만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역시 5%대 금리로 인수했다.
동화청과도 2012년 12월∼2015년 12월 12차례 담보 없이 동부팜에 최대 6.9% 금리로 180억원을 빌려줬다.
당시 신용도가 좋지 않은 동부팜에 적용되는 정상금리는 9∼11.8%로, 이들 업체는 최소 30% 이상 낮은 금리를 적용한 셈이다.
동부팜은 이 덕분에 공정위 추산으로 최소 16억7천만원가량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2011년부터 5년간 이어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나 부도 위기를 모면했다.
매출 하락세도 회복하고 영업적자 규모를 줄었으며, 중소기업 시장인 대형마트 토마토·파프리카 공급 시장에서 점유율도 높였다.
하지만 동부그룹 자체가 구조조정 소용돌이 속에 빠지면서 팜한농은 2016년 5월 LG화학[051910]에 매각됐다. 동부팜은 2016년 2월 우일팜에, 동화청과는 2016년 5월 서울랜드에 각각 팔리며 뿔뿔이 흩어졌다. 동부그룹도 작년 11월 그룹 명칭을 DB그룹으로 변경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퇴출당해야 할 계열사가 대규모 자금지원으로 살아나면서 시장을 교란했다"며 "대기업집단이 부실계열사 지원을 통해 그룹을 동반 부실화할 우려가 있는 사례를 적발해 제재했다"고 말했다.
2vs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