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재해율 항공·철도의 5배…새로운 안전관리 체계 필요

입력 2018-09-26 13:00  

항만 재해율 항공·철도의 5배…새로운 안전관리 체계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우리나라 항만의 노동자 재해율이 유사업종 보다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에 따르면 항만하역 업종에서 안전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재해자는 2007년 255명에서 지난해 97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다른 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전체 근로자 대비 재해자 비율을 보면 항만하역은 9.46으로 전체 산업 평균(4.84)의 1.9배였다.
유사업종과 비교하면 철도운송업의 4.9배, 항공운수업의 5.6배에 달했다.
자동차운수업보다도 1.5배나 높다.
1만명 당 사망자 수도 항만하역은 1.49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1.05명)을 웃돌아 항만하역 노동자들이 각종 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음을 보여줬다.
항만 내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대부분 크레인 등 하역 장비, 운송장비 등에 의한 것으로 사망이나 중상 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진다.
하역 장비 등과 관계없이 노동자 본인의 실수나 잘못으로 벌어진 미끄러짐, 넘어짐 등의 경미한 사고는 신고조차 안 되고 무마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안전사고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수산개발원은 2012년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 15건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노동자의 부주의 외에도 장비 운전자, 선사, 감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만에서 하역, 장비 운전 등을 하는 노동자는 터미널 운영사의 상용 직원, 항운노조 파견자, 협력업체 직원 등으로 이뤄진다.
재해를 당하는 노동자는 협력업체 직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양수산개발원은 항만 노동자 재해를 줄이기 위해선 항만산업의 특수한 작업 환경을 고려해 새로운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항만의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위탁 교육·훈련 외에는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 분야 종사자 안전관리 업무를 직제에 명시해 해양수산부와 대조된다.
해양수산개발원은 해수부에 항만국과 해운물류국이 참여하는 통합적인 조직을 설치해 항만별 특성을 고려한 안전관리 방안 마련, 교육·훈련 지원, 시설점검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만법, 항만운송사업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 해수부에 안전 관련 부서를 신설하거나 항만국 항만기술안전과에 안전관리 업무를 추가하는 안을 제시했다.
해수부 차원의 집중 관리가 어렵다면 일본처럼 항만 분야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항만근로자안전관리협회'를 설립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항만하역의 특수성과 위험성을 고려해 항만 노동자의 원래 소속과 관계없이 관련 기업들이 공동으로 안전관리에 협력할 의무가 있으며 노사대표를 포함하는 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터미널 운영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운영사는 사업주로서 현행 법규상 안전사고의 주 책임기관이지만 임대차 계약에 안전관리 관련 비용에 대한 규정이 없다.
터미널 운영 수입의 일정 부분을 안전관리에 지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식에 그치고 있는 항만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훈련을 강화해 교육시간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늘리고 분야별·기능별 맞춤형 집중교육을 할 것도 제시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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