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학원가 '추석특강' 인기…학원 자습공간 1천명 몰릴 듯
"요즘 뭐하니" "이번엔 되겠지" 잔소리 스트레스에 귀향 포기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민족 최대 명절 추석에도 서울 노량진 학원가와 대학가의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표정은 밝지가 않다.
22일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학원에서 특강을 듣거나 기업 입사지원서를 써야 하는 공시생과 취준생들에게 닷새간 연휴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연휴 시작 전부터 노량진 학원가에는 하루 4∼8시간씩 진행되는 '추석 특집' 강의에 수강생들이 몰렸다. 400∼500명 정원의 현장 강의가 마감돼 옆 강의실에서 영상으로 해당 강의를 신청한 공시생들도 있다.
10월에 있을 지방직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최모(28)씨는 추석 연휴 기간에 주말을 제외하고 사흘간 노량진 학원가에서 300개 이상 기출·모의 문제를 풀어보는 특강을 신청했다.
그는 "시험은 코 앞인데 명절이라고 집에 있으면 공부하던 리듬이 깨질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며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11시간을 넘게 강제로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 입사와 같이 취업에 필요한 시험 준비로 분주한 취업준비생들 역시 분주하다.
대학원에 진학하려다 집안 형편 때문에 취업을 결심한 안 모(29) 씨 역시 추석 당일 '취업 스터디'에 나간다.
매주 월요일 스터디 회원 4명이 모여 6시간씩 기업별 인·적성 검사, 토익 등을 공부하는데 추석 당일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연휴가 끝나고 사흘 뒤에 있는 토익 스피킹 시험부터 컴퓨터활용능력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안 씨는 "다른 사람들도 연휴 때 계속 공부를 하는 분위기인데 나 혼자 고향에 내려갈 수는 없다"며 "다른 스터디 멤버 1명도 집이 지방이지만 서울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토익 등을 대비하는 학원가에서는 연휴에도 휴강 없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어학원인 파고다 아카데미는 이달 30일에 있는 토익 시험을 대비한 토익실전대비반 수업을 추석 연휴 기간에도 진행한다.
또 이 학원은 2015년 추석부터 명절 연휴마다 학원의 일부 장소를 일반인에게 자습공간으로 제공하는 '명절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7개 학원에서 연휴마다 1천 명 넘게 방문했고 이 가운데 강남, 종로, 신촌에만 700∼800명이 몰렸다. 이번 연휴 역시 비슷한 인원이 자습공간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지방 출신 청년들은 부모님이나 친척들과 마주 보는 것이 불편하다며 고향 집에 내려가지 못하기도 한다.
졸업을 미루고 3학기째 취업을 준비하는 윤 모(24) 씨는 이번 추석에 친척들이 모이는 고향에 내려가긴 하지만 부모님만 뵙고 올라올 예정이다.
'요즘 뭐하니', '이번엔 되겠지', '취업이 힘들다더라' 등 쏟아지는 잔소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추석이면 친척 20여 명이 모여 성묘를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해 먹었지만, 불안감이 높은 지금은 친척들의 말 한마디에 괜히 '멘탈'이 흔들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고향에 내려가는 취업준비생들의 발걸음도 가볍지만은 않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1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은 대학생 박 모(24) 씨는 묵직한 백팩을 메고 전남 목포행 버스에 올라탔다.
박 씨는 "1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느라 졸업을 유예했다"며 "학원 숙제 때문에 책 몇 권을 챙겨 간다. 시험이 내년 초여서 연휴 기간에도 공부를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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