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EU 정상회의서 EU측 강경한 태도에 메이 총리 성명 내 압박
"EU, 구체적 설명·대안없이 단순히 반대해서는 안 돼"
'노 딜' 상황 대비한 준비 계속…"영국 내 거주 EU 주민 권리는 보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1일(현지시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지 않거나 우리나라를 둘로 나누는 것은 '나쁜 합의'(bad deal)가 될 것이며, 이같은 '나쁜 합의' 보다는 '노 딜'(no deal)이 낫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유럽연합(EU)은 내가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거나 나라를 분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성명은 지난 19∼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에서 EU 측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인 이른바 '체커스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밝힌 데 대한 입장을 담았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체커스 계획'이 EU 단일시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협상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이번 정상회담에서 EU 측이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포함한 브렉시트 쟁점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자 영국 언론들은 이달 말 집권 보수당 전당대회를 앞둔 메이 총리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분석을 일제히 제기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두 가지 이슈에 있어 양측이 여전히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우선 브렉시트 이후 미래 경제관계에 관련해 EU는 영국이 유럽경제지역(EEA)과 관세동맹에 남거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되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안에 그대로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EEA와 관세동맹에 남을 경우 EU 규정을 따르고 거주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EU 외 제 3국과 FTA를 자유롭게 체결하는 권한도 갖지 못하는 만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조롱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안에 두는 것은 이미 수 차례 밝혔듯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하고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세우는 것인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 입장에서는 합의를 이루고 EU를 떠나는 것이 낫다. 그래서 ('체커스 계획'을 통해) 상품 분야에서 마찰없는 교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3의 옵션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투스크 상임의장이 이 제안에 대해 EU의 단일시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도, '체커스 계획'에 대응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도 않았다고 메이 총리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상 종반에 접어든 지금 구체적 설명이나 대안 없이 단순히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 부활 방지 문제와 관련해 영국과 EU는 상대방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정말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이에 대한 그들의 대안은 무엇인지를 들어야만 논의가 계속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의 진전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노 딜' 상황에 대한 대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EU와 EU 회원국 지도자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300만명에 달하는 영국 내 EU 주민들에 대해서는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약속했다.
그는 "'노 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EU 주민들의 권리는 보호될 것"이라며 "친구로서, 이웃으로서, 직장동료로서 우리는 그들이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아일랜드 주민드에게도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메이 총리는 마지막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 내에서 행해진 최대의 민주적 권리행사의 예시라며, 합법성을 부인하거나 결과를 좌절시키려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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