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2인자가 작년에 트럼프 비밀녹음·직무박탈 모의"(종합)

입력 2018-09-22 13:38  

"美법무부 2인자가 작년에 트럼프 비밀녹음·직무박탈 모의"(종합)
FBI 문건 유출…"트럼프 러시아 내통수사 방해에 대책 제시"
트럼프 "법무부에 남아있는 '악취' 제거할 것" 발끈…파문 확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법무부의 2인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몰래 녹음, 장관들을 부추겨 대통령 직무를 박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기관 비망록이 유출됐다.
이 같은 정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에 대한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을 경질한 직후인 2017년 5월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앤드루 매케이브 당시 FBI 국장대행의 메모(기록)에 따르면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사법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를 우려하던 크게 우려하던 상황에서 이런 제안을 꺼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자신은 러시아 내통설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물러섬에 따라 그 사건에 대해 지휘책임을 떠안은 최고위 관리다.
메모에 따르면 로젠스타인 부장관과 FBI 고위관리들은 코미 FBI 국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되면서 당혹감에 빠지자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우려가 너무 큰 나머지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기술됐다.
그는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자며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박탈 추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내각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 여부를 판단하고 승계를 진행하는 세부 절차가 담긴 조항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각료들을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한 셈이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세션스 장관, 존 켈리(현재 백악관 비서실장)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이 자기 계획에 동참할 것이라고 매케이브 전 FBI 국장대행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의 발언은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모의가 있었고 지금도 조용한 저항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한 고위관리의 최근 NYT 기고와 맥락이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
메모가 작성될 당시 법무부와 FBI 등 미국 사법, 수사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에 따라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던 책임자가 경질됐고 주무부처 장관은 사건에서 손을 뗐으며 수사중단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수사 책임자들에게 가중됐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굴하지 않고 사법부 독립성을 보여주라는 엄청난 압박을 의회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는 로젠스타인 부장관의 발언이 진지한 게 아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WP 인터뷰에서 녹음 발언은 냉소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고 수정헌법 25조 얘기는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매케이브 전 국장대행의 변호인인 마이클 브로미치는 성명을 통해 "고객은 고위관리들과의 중요한 논의를 기억하기 위해 메모를 작성해 보존했다"고 밝혔다.
브로미치는 매케이브 전 국장대행이 러시아 내통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며 당시 기밀을 포함한 모든 메모를 넘겼고 FBI에도 해당 메모가 남아있었지만, 언론에 유출됐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2인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입 밖에 냈다는 이날 NYT 보도는 미국 정가를 강타했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매케이브 전 국장대행의 메모와 관련한 모든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NYT 보도를 이유로 로젠스타인 부장관을 해임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슈머 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 기사가 특별검사 수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관리를 투입하기 위해 로젠스타인 부장관을 해임하려는 부패한 목적의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러시아 내통설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간 눈엣가시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주리 주 스피링필드에서 열린 중간선거 공화당 지원유세에서 로젠스타인 부장관의 해임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에 멋진 사람들이 있지만 진짜 나쁜 사람들도 몇몇 있다"며 "FBI에서 있었던 일을 봤을 것이고 그들은 모두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악취가 남아있는데 우리는 그것도 제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캠프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설 수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앞서 미국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 때 공화당 후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을 도우려고 민주당 대선캠프와 전국위원회(DNC)를 해킹한 뒤 민주당 후보인 클린턴에 불리한 내용을 유출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공작에 트럼프 측근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개입설 수사가 내통수사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FBI 국장에게 수사를 무마하려는 듯한 발언을 한 뒤 해임해 수사에 부정한 입김을 넣었다는 사법방해 혐의가 불거졌다. 현재 수사는 뮬러 특검이 맡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메모를 작성한 매케이브 전 국장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비난을 받다가 연금수령 근속기간을 불과 26시간 앞두고 올해 3월 16일 전격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에 대해 "민주주의를 위한 위대한 날"이라고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러시아 내통설 수사와 관련해 생산되는 정보의 즉각적인 기밀해제와 공개를 더는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핵심 동맹국들도 만류했다며 법무부에 기밀유지 여부에 대한 심의와 결정을 위임했고 필요할 때 자신이 기밀을 해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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