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대권 놓고 수하르토 전 사위와 5년만에 재대결
최대 화두는 경제·민생…'유권자 40% 차지' 젊은층 공략도 변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2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57·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밤 선거관리위원회(KPU)에서 기호 1번을 배정받고 재선 캠페인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국가를 발전시키는 데는 많은 어려움과 장애, 저항이 있지만 우린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에겐 인도네시아의 발전이란 단 한 개의 선택지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원내 1당과 2당인 투쟁민주당(PDI-P)과 골카르당 등 9개 정당의 지지를 받아 차기 대선 후보로 추대됐다.
부통령 후보로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의결기구 울레마협의회(MUI) 의장이었던 종교 지도자 마루프 아민(75)이 지명됐다.
야권은 이에 맞서 2014년 대선에서 조코위 당시 PDI-P 후보에게 석패했던 프라보워 수비안토(67)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 당) 총재를 맞수로 내세웠다.
선거관리위는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통치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프라보워 총재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산디아가 우노(49) 전 자카르타 부지사에게는 기호 2번을 부여했다.
공식 선거운동은 오는 23일 시작된다.
인도네시아 차기 대선은 내년 4월 17일 총선과 동시에 치러지며, 약 1억8천700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로 프라보워 총재(30%)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와 민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대선 당시 연평균 7% 경제성장률을 공약했지만, 이후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 5%대에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키와 아르헨티나의 통화위기로 촉발된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하면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라보워 진영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늑장 대응을 해 피해가 커졌다면서 벌써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권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도 관심사다.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총재는 약점으로 꼽히는 젊은 유권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정계의 '젊은 피'로 주목받는 산디아가 전 부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골랐다.
비무슬림적 인물이란 음해에 시달려 온 조코위 대통령은 반대로 보수성향이 강한 이슬람 지도자인 아민 전 의장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했지만, 지난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오토바이를 타고 입장하는 등 젊은 층에 어필하려는 노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달 방한했을 때는 K팝 인기스타인 슈퍼주니어(SJ) 그룹을 만나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산디아가 전 부지사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슈퍼주니어 인기 멤버와 프라보워 총재, 본인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나란히 올리고 "패션 스타일이 어떻게 이렇게 비슷하냐"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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